보통은 돈, 사랑, 명예 이런 걸 말하겠지만 나는 굳이 시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34년 내 인생은 시련과 성장의 역사였다. 시련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공채라는 문턱을 넘은 사람과 아닌 사람은 분명 다른 게 있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정규직으로 입사한 것도 전 남자친구의 도발 덕분이었다.
나는 전 회사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일했다. 당시 만나던 남자친구 C는 같은 회사의 정규직 사원이었다. C가 언젠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힘으로 노력해서 성공을 맛본 사람과 아닌 사람은 확실히 다른게 있어."
당시 내 삶도 충분히 내 힘으로 노력해서 얻은 것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내 안엔 열등감이 있었다. 똑같이 일해도 회사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른 월급과 다른 복지 그리고 다른 대우를 받는 게 그때는 그렇게 서러웠다. 그런 와중에 C가 던진 한마디가 자극제가 되었다. 그래서 이직을 준비했다.
한 번의 필기시험과 두 번의 면접을 통과해 지금 회사에 입사했다. 입사 소식을 전해 들은 C는 나의 생일에 연락을 했다. "축하할 일이 많다고 들었어." 어쩐지 통쾌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서 지금 내 삶에 만족스럽냐고 묻는다면, 지금의 나는 프리랜서의 삶을 동경한다.
2년 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우리 그만하자." 그의 말 한마디에 나라는 세계가 무너졌다. 3년을 가족보다 가까이했던 사람이었다. 그에게 너무 많은 감정을 쏟았다. 갈 길 잃은 감정, 시간, 에너지를 어딘가에 쏟아내야 했다. 업무와 관련된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 무너진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나를 열심히 가꿨다. 퍼스널 컬러를 받으면서 스타일을 바꾼다든가, 운동을 등록한다든가, 피부과 시술을 받는다든가. 초라해진 나를 돌보는 데 집중했다.
열두 번째 이별을 하고 나서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간의 나와 내 연애를 돌아보고 있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퇴고하고, SNS에 올린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난다.
나를 성장하게 해준 전 남자친구들에게 감사하다.
"한 번쯤은 실연에 울었었던 눈이 고운 사람 품에 안겨서 뜨겁게 위로받고 싶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라는 노래에 적힌 가사다. 시련을 겪고 그것을 이겨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른 뭔가가 있다.
내 인생이 시련투성이라서 하는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