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라일락' 앨범 수록곡인 '에필로그'에 대해 아이유가 적은 소개 글이다.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대체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고 말을 한다.
이미 충분한 에너지를 쏟았기에 미련이 없다는 거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내가 생각한 최고의 에필로그다.
2023년 2월 열세 번째 이별을 했다.
숱한 이별에도 여전히 이별이 아프고 어려웠던 나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적은 건 6주 후의 나에게 쓴 편지였다.
안녕? 너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니?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너는 이별로 많이 아파했는데 6주 후의 너는 어떨지 궁금해.
늘 이별이 어려웠던 네가 이제는 만남과 헤어짐에 있어 조금은 자유로워졌기를 바라.
6주 전에 너는 몇 가지 다짐을 했어.
글을 쓰면서 묵힌 감정들을 쏟아내길 원했고, 너의 생각과 가치관들이 선명해지기를 바랐어.
그리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자고 약속했어.
마음속에 떠나보내지 못했던 사람들과 완전한 이별을 했니?
누구보다 너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너 자신 맞니?
다시 사랑 할 준비가 됐니?
여기 적힌 질문들만큼은 6주 후의 네가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해 준다면 좋겠어.
그렇지 않더라도 6주라는 인고의 시간을 견딘 너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어.
그리고 이 축하를 네가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길 바라.
부디 아무 의문 없이 다음으로 옮겨 가길 바라!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라 다음 6주 후의 나는 어떨지 모르겠다.
또 다른 이별에 아파할 수도 있다. 애써 채운 자존감이 낮아질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시련에 허우적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위의 편지에 적힌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
이제 홀가분하게 다음 페이지를 채워야겠다.
(사진 출처 : 아이유 '에필로그'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