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한달살이 Day 8
오늘은 캠프 프로그램의 추가 액티비티(유료라는 뜻)인 Family Surfing Day 였다.
어제 건너뛴 조식을 오늘은 챙겨 먹고 수영복을 입은 채로 호텔 로비로 가니 함께 하는 일행이 생각보다 많았다. 인원 체크를 한 후 대형 버스를 타고 짐바란 비치로 향했다.
아이들은 이미 지난 수요일 캠프 일정에서 서핑을 체험해 보았지만,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서핑이 처음인 상황이었다. 걱정 반 설렘 반의 마음으로 비치에 도착해 간단한 교육을 받은 후 2인 1조로 바다로 나가게 되었다.
내 키의 1.5배 정도 되는 보드에 몸을 싣고 파도를 넘어 바다로 바다로 들어갔다. 사실 불과 2~3개월 전만 하더라도 이런 내 모습을 나조차도 상상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두어 차례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물을 무서워하는 데다 특히 바닷물은 짜고 끈적여서 싫어하기까지 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6년 전, 하와이에 갔을 때 서핑할 기회가 있었지만 나는 절대 시도해보지 않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캐리비안 베이에 갔을 때 인공파도에서 서핑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 있었지만, 당연히 나는 시도해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발리 한달살이를 앞두고 그래도 발리 하면 서핑인데 서핑을 하려면 적어도 물을 두려워하지는 않아야겠다 싶어서 수영 강습을 10번 끊어놓고 8번은 갔었다. 그 8번이 뭐라고 그래도 발이 닿는 깊이에 한해서지만 물속에서 내 몸을 띄워 볼 수는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 몸이 뜨는 것을 알게 되니 물이 그렇게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험 덕분에 오늘 난생처음 서핑을 시도해볼 수 있었다.
서핑이라는 것 역시 인생의 많은 것들처럼 타이밍이 중요했다. 적절한 크기의 파도가 올 때 내가 보드에서 몸을 일으키고 중심을 잡을 수 있어야 그 파도를 타고 모래사장까지 죽 미끄러져 올 수 있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 5번의 기회 중에 그래도 무려 2번이나 보드 위에 서서 파도를 타는 그 짜릿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함께 했던 다른 엄마들 중에는 처음이라는 말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잘 타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일어서지도 못해 금방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딱 그 중간. 그래도 내 보드를 끌어주던 사람에게 엄지척도 몇 번 받았다. 뭐 언제나 그렇듯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나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나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서핑을 시도해본 것 자체, 그리고 작은 파도에서였지만 보드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는 그 자체로 나 자신을 칭찬했던 오늘이다.
학부모들의 체험이 끝나고 아이들의 서핑이 이어졌다. 예상했지만, 딸은 파도를 겁내기는커녕 즐기는 모습이었고 보드 위에 몸을 싣고 스스로 손을 저어 일정 지점까지 나아가는 모습이 능수능란 그 자체였다. 물을 좋아하는 딸은 정해진 시간이 끝난 이후에 몇몇 아이들과 말 그대로 파도타기를 더하겠다고 하여 오후 계획이 좀 달라졌지만 오늘은 서핑을 한 것으로 할 일을 다 한 하루였다.
그렇게 예정했던 12:30이 아니라 2:30 정도에 호텔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그랬더라면 또 하나의 좋은 경험을 놓칠 뻔했다.
5시즘 급 택시를 불러 타고 사마스타 빌리지로 향했다. 헤어 에센스와 가볍게 입을 수 있는 원피스나 반바지 같은 것이 있으면 사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오기 위해서였다. 택시에서 내린 우리는 사마스타 빌리지 바로 옆 모벤픽 리조트의 화려함에 이끌려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웅장한 로비와 넓은 수영장의 전경에 감탄하며 사진을 찍은 후 아야나 리조트를 갔을 때처럼 우리의 신세(호텔)를 약간 한탄하며 사마스타 빌리지로 갔다. 한 바퀴 죽 둘러보았지만 마땅히 구입할 만한 것이 안 보여 간단 저녁으로 토스트와 음료를 사러 한 매장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하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딸의 외침!
“내 핸드폰 어디 갔지?”
그때부터 약 1시간 정도? 우리는 멘붕이었다. 딸은 평소에 한국에서도 자신의 물건에 대한 간수를 야무지게 하지 못할 때가 있어 나나 남편이 주의를 준 적이 많은데, 해외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나는 우선 좀 화가 났다. 그래서 뻔한 잔소리를 하면서 한편으로 만약에 못 찾을 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우선 토스트와 음료가 나왔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 먹고, 딸과 왔던 길을 하나하나 되짚어 다니며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빌리지 제일 끝 화장실에서 시작을 하여 중간중간 들렀던 가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처음 들렸던 모벤픽 리조트 로비까지.
로비에서 우리가 앉아서 사진을 찍었던 곳을 샅샅이 살펴보았는데도 딸의 라벤더색 핸드폰은 보이지 않았다. 나도 딸도 망연자실. 이제 남은 희망은 리조트 로비에 분실물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뿐이었다. 그곳에서 허탕을 치면 정말 찾을 길이 없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딸이 핸드폰을 룸에 두고 나왔을 가능성을 여러 번 물어봤지만 너무 확고하게 확실히 들고 나왔고 택시에서 분명히 가방에 넣었다는 것이다.(이미 택시기사에게 차에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없다는 답변을 받은 상태였다.) 떨리는 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로비에 문의를 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딸은 온갖 감정(놀람, 황당, 짜증, 걱정, 슬픔 등)을 다 느꼈다고 나중에야 고백했다.
마침내 누군가 안쪽에서 네모난 것을 들고 나왔고 뒤에 짱구 그립톡이 달려 있는 것을 본 순간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다시는 외출할 때 딸의 핸드폰을 들고 나오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비로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오전에 파도를 탈 때는 두둥실 떠올랐던 기분이 저녁에 핸드폰을 잃어버렸을 때는 한없이 가라앉았던 조금 과장을 보태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