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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Dec 02. 2022

160921-01

이사 다음 날



프롤로그     


A : 가족이 겪는 스트레스 중 가장 큰 게 뭔지 아니?

B : 음. 글쎄……이혼 아닐까?

C : 아니, 배우자나 자식의 죽음이겠지.

A : 그래, 죽음이나 이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통이겠지.그렇지만 그런 일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잖아. 그에 못지않은 스트레스가 있대.

B : 뭐? 아~배우자의 실직이나 병에 걸리는 거?

A : 그래, 그것도 맞아. 하지만 또 다른 게 있대. 이사.     



주연 #1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잠결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기계음. 핸드폰 소리는 아니고 인터폰 소리 같은데 우리 집 인터폰 소리가 아닌데 싶어 다시 잠을 청해 본다. 인터폰은 조금 더 울리다 꺼졌다. 평소에 잠귀가 밝고 예민한 편이지만, 그저께 야근을 하고 밤 11시에 집에 와서 새벽 4시까지 짐을 정리하고 3시간 남짓 눈을 붙였다가 어제 하루 종일 이사로 인해 잠시도 쉴 틈이 없었던지라 잠깐 달아났던 잠이 다시 온몸에 찰싹달라붙는다. 생사의 경계에 서있으면 비슷한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침대에 달라붙어 있는 내 몸을 훤히 내려다보며잠 속으로 젖어들려는 그때 다시 한번 들려오는 기계음.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누가 이렇게 아침부터 인터폰을 울릴까? 누가 이렇게 두 번씩이나 인터폰을 안 받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어제 이사를 왔고 그러면 저 낯선 소리가 우리 집 인터폰 소리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혹시나 남편과 아이가 깰까 조심스레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보니 경비실이라는 버튼의 불이 깜빡거리며 인터폰이 울리고 있었다.


“네.”

“아니 집에 있으면서 왜 안 받아요?”


경비 아저씨일 텐데 다짜고짜 화를 낸다. 이 아파트의 경비아저씨 적어도 일요일 주간 근무를 하는 경비아저씨는 친절한 부류의 사람은 아니구나 싶다.


“죄송……”

“집 앞에 그렇게 쓰레기를 엉망으로 내놓으면 안 돼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다. 결혼 전에도, 결혼하고 지금까지도 죽 아파트에서 살아왔기에 공동주택의 생활수칙쯤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자부해왔다. 그중 가장 기본이자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철저히 신경 써야하는 것이 쓰레기 처리이다.


“네? 저희 쓰레기 안 내놨는데.”

“아니 무슨 소리예요? 조금 전에 다른 주민 컴플레인 들어왔어요!! 아파트 처음 살아봐요? 기본을 모르는 거요 뭐요?”

“일단 알겠어요. 확인할게요.”


아침부터 경비아저씨에게 기본을 모르냐는 소리를 들으니기분이 언짢다. 인터폰을 끊고 현관을 열어본다. 어찌 된 일인지 현관 앞에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가 넘어져 있고 그 안의 분리 안 된 쓰레기들이 반 이상 삐져나와 있다. 누군가 본다면 눈살이 찌푸려 질만 하다 싶다. 어제 일을 떠올려본다. 어젯밤 12시쯤에야 대략적인 짐 정리가 끝났다. 평소에 웬만하면 쓰레기 정리를 직접 하지만 어제는 너무 피곤했다.


남편에게 현관에 모아둔 쓰레기를 큰 봉투에 넣어 밖에 내달라고 부탁했다. 아마도 남편은 쓰레기를 넣기만 하고 입구를 봉하지 않았나 보다. 입구를 단단히 조여 매지 않은 채 세워둔 쓰레기봉투가 밤사이 중심을 잃고 쓰러져 안에 있는 것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왔나 보다. 아무리 피곤해도마지막 마무리를 내가 할 걸 괜히 남편에게 부탁했구나 싶은 후회와 묶으라는 말이 없었다고 쓰레기를 봉투에 넣기만 하고 세워둔 남편에 대한 짜증이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일단 내용물을 분리한 다음 버려야 할 것 같아서 다용도실에서 비닐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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