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종 쓰기 21
피곤에 지친 하루의 끝에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가장 편한 곳에 몸을 누이고
살짝 패인 익숙한 베개에 머리를 대고
내 몸의 온도에 맞는 이불을 덮고
눈을 감는다
그때 눈을 감아야 하루가 끝나는데
그러지를 못한다
주위는 캄캄한데
내 눈에만 내리쬐는 강렬한 네모난 빛을
불러온다
그렇게 하루 종일 지쳤을
피로한 눈을
황폐한 영혼을 스스로 또 괴롭힌다
내 몸의 기능이 끝에 다다르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익숙한 공간에서
오래 봐왔던 사람들에 둘러싸여
그들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마지막 큰 숨을 내뱉는다
그 숨을 끝으로 편히 잠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두지를 않는다
내 팔과 코에 바늘과 관을 찔러대고
허리에 주머니를 채우고
기계음과 초록 불빛으로 나의 마지막을 방해한다
그렇게 사느라 힘들었을
지친 몸을
아픈 마음을 억지로 붙잡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