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지 않은 나라서 좋아

철없는 마인드가 겉보기 젊음의 비결

by 나우히어

2026년이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다되어 가고 있다. 올해 1월은 내가 살아온 그 어느 때보다 조신하게 보내고 있는 중이다. 새해맞이 디톡스 기간으로 1일 1식(단백질 및 채소류 위주의 저칼로리 식단)과 적당량의 운동(달리기, 계단 오르기, 실내자전거, 윗몸일으키기 등)에 어쩌다 보니 금주까지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금주는 계획에 없던 것이기는 했는데, 술이라는 것이 혼술을 해도 그렇고 모임에 나가도 그렇고 술만 먹게 되는 경우는 없고 안주를 먹게 되는 행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과도 멀어지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며칠 전 남편이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얼굴 윤곽이 조금 더 또렷해졌으며 (씻을 때 나만 알 수 있는) 배가 쏙 들어갔다. 아 그리고 몸무게도 처음 시작할 때 비해 4.5kg이 줄었다.



어제는 일요일 낮 12시에 딸과 스테이크 샐러드를 조금 먹고 무려 28시간 30분 만인 오후 4시 30분에 양배추두부계란찜을 먹었다. 그런데 조금 신기한 것이 하루 이상을 꼬박 안 먹어도 배가 아주 고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딸도 그런지 이틀을 굶어보겠다며 우선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한다.


아무튼 26년의 초입에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바쁜 일정을 보내는 중이다. 보통 헤드헌팅 시장은 1~2월은 비수기라고 해서 겨울방학 맞이 겸 신규 수업을 조금 늘렸는데, 내가 맡은 고객사 2군데에서 모두 신규 채용을 의뢰해 와 아주 조금 정신이 없는 중이다.


작년 하반기는 그야말로 일한 것에 비해 성과가 나오지 않아 내 나름대로는 참 의기소침했었는데 누군가 말마따나 작년에 고생했던 것이 올해 결실로 이루어지려는지. 그러면 참 좋겠다.


사실 24년 하반기에 내가 헤드헌팅 일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호기심이었고, 만약 이 일이 나와 잘 맞는다면 50대에도 더 나아가 60대에도 할 수 있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당신이 만약 진정한 인생을 획득한 자라면, 예순 살이 넘었든 예순다섯 살이 넘었든 여전히 기쁜 마음으로 일에 몰두할 것이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81-82p, 마루야마 겐지


나는 30대 중반까지 조직에 속해서 정규직으로 일을 하다가 내 발로 걸어 나와 현재는 4대 보험도 보장받지 못하는 프리랜서직으로 일을 하고 있다. 만약 지난 10년 동안 계속 정규직으로의 커리어를 유지했다면 아마 조금 더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는 했겠지만, 그 자체가 나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모아놓은 돈이 많거나 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물려받을 재산이라도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과장 하나 없이 모아놓은 돈은 1도 없으며, 내가 보유한 자산은 70,000km 뛴 2018년식 SUV 한 대이고, 양쪽 집안의 상황이 물려줄 재산을 기대하기는커녕 자식에게 손을 안 벌려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도 나는 50대, 60대, 그 이후 나의 노년이 그다지 걱정되지는 않는다. 나는 계속 일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경험을 쌓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내 인생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외견상으로도 젊을 뿐만 아니라 몸속 깊은 곳에서 배어 나오는 자립한 젊음을 뽐내는, 멀리서 바라만 봐도 기분이 고양될 정도의 어른이 실제로 존재한다... 좋든 나쁘든,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것은 진정한 의미의 젊음이다. 무엇보다 발랄하고 생기에 찬 그들의 표정이 그 점을 말해 주고 있다. 그들이 그런 자신을 뿌듯해하는지 어떤지는 차치하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수많은 문제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결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아무도 믿을 수 없으니 자신을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나 자신은 믿을 수 있다, 무슨 일이든 각오를 다지고 임하면 어떻게든 헤쳐 나갈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 갈수록, 경험과 체험을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그들의 확신은 깊어지고 기력은 충만해진다. 평범한 일을 평범하게 해결해 나가면서도 광휘를 발하는 존재로 되어 가는 것이다. 그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그들이야말로 산 자 중의 산 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19-20p, 마루야마 겐지


우선 나는 4년 뒤에 세계일주를 떠날 것이다. 막연한 바람은 1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들에서 충분한 시간 동안 머무르는 여행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 달 정도 나만의 여행을 할 생각이다. 한 달이든 1년이든 쓸 수 있는 시간을 정말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보낼 생각이고, 그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 4년 뒤를 위해 나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해야 하는 일들은 빠르게 처리하고 자투리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바쁜 와중에 책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글도 쓰는 것처럼 4년 뒤 유유자적할 시간을 위해 남은 4년 동안은 우선적으로는 일에 그리고 건강관리에 전념하려고 한다.


“무언가를 어떤 방식으로 하겠다고 확고히 정하고, 오랫동안 그 방식을 고수하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가치죠.” 『전념』, 피트 데이비스


https://m.blog.naver.com/2gafour/224142590053



4년 뒤 나만의 여행 후 지금 하는 일을 계속 이어서 할지 아니면 또 다른 일을 찾아 나설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모르겠음이 나에게는 불안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과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나의 50대, 60대, 그 이후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의 아담한 주택에서 큰 개와 고양이를 기르며, 하루 한 끼 내가 만든 집밥을 먹고,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드라마를 보고 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을 내가 떠오른다.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 지인들을 불러 마당에서 소소하게 구운 고기와 술 한잔을 나누며 수다를 떨고 웃음 지을 내가 떠오른다. 왁자지껄하게 해 주던 지인들이 돌아가고 다시 나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이 와도 나는 외롭지 않을 것 같다. 함께면 함께여서 좋고 혼자면 혼자여서 좋은 것을 나는 이미 알기에.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신이다. 의지할 수 있는 것도 자신뿐이다. 그것은 철칙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당신의 젊음은 평생 말살당하지 않고, 이 세상을 잘 살았다고 실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길들지 않는다』, 49p, 마루야마 겐지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끔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학생이 문제를 잘 풀 때? 보다는 학생들이 내가 자기들과 비슷한 나이의 자녀를 둔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놀랄 때이다. 나도 그랬지만 사실 10대 때는 어른들의 나이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다. 자신들이 그 나이까지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고작해야 본인들의 부모님과 비교하며 그보다 어릴지 많을지를 대략 예상하는 정도겠지. 그래서 나에게 중3이 될 딸이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많이 놀란다. 나는 그들이 놀라는 것을 보며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나의 철없는 마인드뿐 아니라 겉보기 젊음도 평생 말살당하지 않고, 이 세상을 잘 살았다고 나중에 먼 훗날 기록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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