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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May 18. 2022

아무것도 하지 않기 vs 끊임없이 무얼 하기

         

가장 어렵고 가장 지적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 오스카 와일드 -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냥 가만히 앉아서 또는 누워서 멍 때리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타인과의 교류 없이 혼자만의 삶을 조용히 살아가는 것? 아니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최소한의 지출로 버티는 것? 주위의 그 어떤 물건도 건드리지 않고 최소한의 공간에서 지내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끊임없이 무얼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조금 부정적으로는 계속 일을 벌이는 조금 긍정적으로는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캐릭터이다.      


2022년이 되면서, 코로나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조금씩 예전의 모습들을 찾아가는 분위기에 발맞추어 그동안 미뤄왔던 것들을 하나씩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4월 중순에 골프 강습을 시작했고, 다음 주부터 수영 강습을 시작할 예정이며, 한 여름이 되기 전에 피부에 글자를 새겨보고, 머리카락의 색도 완전히 빼볼 예정이다. 그리고 한 여름에는 한 달 정도 타국에서 지내다 올 계획이다. 그동안 눌러왔던 일탈에의 욕구를 하나씩 끄집어내고 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을 끈덕지게 오래 못한다는 것이 나의 문제이다. 야심 차게 큰맘 먹고 다시 시작한 골프가 생각보다 잘 되고 있지 않아 또 그새 골프는 나랑 맞지 않나, 포기해야 하나 그런 마음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아직 한 달 밖에 안되었는데 조급한 마음에 스스로를 합리화시킬 핑곗거리를 찾다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생각을 떨쳐내곤 한다.      


     

수영의 경우,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라고 해야 할까. 아니다 버킷리스트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의 목록일 테니 그냥 숙원사업 정도? 미취학 아동 시절, 수영장 슬라이드에서 튜브 없이 떨어져서 물을 왕창 먹었던 기억과 초등학교 시절, 수영을 가르쳐주던 선생님이 나만 못한다고 무리에서 떨어뜨려 혼을 냈던 기억 때문에 그 후로 30년 이상을 수영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여름, 타국에서의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보내려면 이제는 물과 좀 친해져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역시 큰맘 먹고 어제 주 2회 오전 시간으로 강습을 등록했다.


      

피부에 글자를 새기기. 문신. 타투. 아직 어디에 할지 어떤 문구 아니면 그림을 넣을지 아무것도 정한 것은 없다. 그냥 문신을 꼭 해보겠다는 의지만 충만한 상태. 나는 뭐든 한 번 하면 계속해야 할 것들은 잘 시도를 안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그 흔한 피부과도 아직 한 번도 안 가봤다. 왠지 한번 피부과에 발을 들여놓으면 계속 가야 할 것 같아서이다. 문신도 그럴 것 같아서 시작하기가 조금 망설여지기는 한다. 내가 실제로 문신을 하게 되면 생애 첫 타투(가제)라는 제목으로 그 후기를 올리리라.      



머리카락의 색을 빼기, 탈색. 정확한 시작 연도는 생각이 안 나지만 내 머리카락은 적어도 15년 이상은 주구장창 염색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20대 초반, 얼굴을 하얀 편인데, 머리카락은 길고 검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먼저 웃지 않고 괜히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그랬는지 첫인상이 차갑다 또는 안 좋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었다. 그 뒤 어쩌다 머리카락을 갈색으로 염색해봤는데 인상이 훨씬 부드러워졌다는 반응을 접한 이후로, 줄곧 갈색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내가 까만 머리였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갈색 머리가 익숙하고, 조금이라도 까만 머리가 올라오면 그것을 못 참고 뿌염을 하는 편이다. 이번 기회에 더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염색 말고 탈색을 해보고 싶다. 탈색을 하면 머릿결이 많아 상할 거라고 하지만 그 걱정보다는 새로운 색의 머리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더 크다. 이것은 시간만 좀 내면 가능한 것이니까 아마 문신보다는 쉽게 실행할 수 있을 것 같다.      



타국에서 한 달 살이. 아직 100% 확정이 아니기에 국가명은 밝히지 않겠다. 혼자 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딸과 함께할 예정이다. 그 한 달 동안의 타국 살이를 사진과 글로 기록해둘 계획과 이번 한 달 살이가 성공적이라면 다음 방학에도 또 나가야지 하는 생각만 하고 있다. 그 외에 아직은 아무런 준비를 안 하고 있다. 아 골프와 수영을 배우고 있으니 나름 엄청 장기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인 건가.    

 

사실 요즘 이렇게 개인적인 생활과 관련되어 끊임없이 무얼 하다 보니 일에 좀 소홀해졌다. 일에 있어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수준이다. 그냥 관성에 의해 해오던 것을 지속하고 있는 정도지 좀 더 들여다보고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지 않다. 그러다가 최근에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일에 있어 실수라고 해야 할까, 손실이 좀 있었다.      


어딘지 나답지 않은 결정의 결과가 나에게 손해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빈틈이 많은 편이지만 그래도 일에 있어서만큼은 철두철미한 편이라고 자부해왔는데 이번 일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이 한 번에 집중할 수 있는 영역에는 역시 한계가 있는 것임을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일 말고 다른 부분에서 끊임없이 무얼 하다 보니 정작 일에 있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어 버린 결과.     

 

5월이 지나고 나면 다시 일에서 일을 벌여야겠다. 어쨌든 나는 일이든 다른 것이든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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