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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r 29. 2020

3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체질

2020년 3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3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책 <빵 고르듯 살고 싶다> - 임진아

- 처음부터 끝까지 내 생각과 똑같아서 공감하는 걸 넘어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내가 맨날 혼자 하는 생각,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 이 책에 다 들어있다. 작가님 MBTI INFJ임에 틀림없으시다..

"사람들이 매일 이런 못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남을 배려하는 일만큼 혼자만을 위한 행동도 충분히 했으면."

"기분의 문제를 홀대하는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기분에 대한 내 기준은 착실해져만 갔다. (중략)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상대의 기분을 신경 쓸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는 것일까?"

"기록은 쉽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는 건 더 쉽기에 언제든 이미 지나쳐버린 마음으로 살게 된다."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나 한 명 정도는 있는 세상이라니, 왜인지 마음이 좀 놓인다."


• 잡지 <컨셉진> 77호 - 당신은 재미있게 살고 있나요?

- 날씨 좋은 날 서울숲 벤치에 앉아 이 잡지를 다 읽고 덮었을 때 혼자 속으로 대답했다. "네, 내 인생 이 정도면 꽤 재미있네요!"

"몸을 조금 더 쓰고 시선을 달리 할 때, 삶은 조금씩 밝아진다. 일상에 정성을 들이기 시작하자 우리의 표정은 어제보다 넉넉해졌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것보다 기발하고 특이한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가성비나 최단 거리와는 반대된 개념의 말이다. 성능에 비해 가격이 조금 비싸다면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거고, 조금 오래 걸리는 길엔 예쁜 풍경이 있을 거다. 그런 작은 특별함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인생은 취향을 완성해 가는 여정이라고 믿는다. 취향에 영양분을 주는 일이 내 일상의 재미다. 일명 '덕질'"


• 잡지 <매거진B Vol.74 방콕>

- 코로나 19가 진정되면 아마 다음 여행은 방콕이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 하루빨리 가보고 싶은 멋진 도시.

"방콕 사람은 자신이 모르는 걸 이해하려고 애쓰지도 않고, 다른 사람의 생활을 통해 자기 처지를 비관하지도 않아요. 각자 삶의 영역이 있고, 그 삶 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믿거든요."


3월에 즐겨들은 음악

•NCT 127 '영웅 (英雄; Kick It)'

- 선공개 뮤비를 보고 나서부터였을까요? 내 머릿속은 이미 '뉴땡'과 '브루스리'로 점령당했다..! 중독성도 쩔어버리고, 이 노래 듣고 있으면 내가 뭐든 다 깨부술 수 있을 것 같이 힘이 짱 세진 기분이다. 그동안 NCT는 멤버들이랑 타이틀곡 아는 정도였는데, 이번에 관심이 생겨 찾아보니 정말 콘텐츠가 풍부한 그룹이었다. 세련됐다는 말로는 부족한 '네오함'까지 갖췄고. (역시 SM의 기획력과 자본은 무시 못한다.) 비로소 2020년대가 되어서야 대중들이 알아주기 시작하는 '미래형 케이팝 아이돌'이라고 감히 말해본다. 수록곡 Elevator도 추천!


•ITZY <IT'z ME>

- 이제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믿지인가 보다. 데뷔 전부터 있지를 좋아하긴 했지만, 얼마 전에 <파리에 있지> 보고 멤버들의 매력에 빠졌는데, 이번 컴백으로 제대로 덕후 심장 저격당했다. 내 인생 내가 알아서 살겠다는 당찬 타이틀곡 'WANNABE' 도 좋고, 그걸 또 우리 애들이 찰떡같이 살려서 무대 막 뿌시잖아요.. (류진아!) 앨범 수록곡 중 제대로 틴 크러시 느낌 나는 'THAT'S A NO NONO', 'NOBODY LIKE YOU'도 좋다.  


3월에 즐긴 문화생활

-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집에서 왓챠플레이 3일 무료 쿠폰으로 평소 보고 싶었던 영화들 알차게 몰아봤다.

•영화 <완벽한 타인>

- 이 게임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해하면서 보고 있다가 끝날 때쯤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영화 속 인물들이 별난 게 아니라, 어쩌면 내 주위 사람들도 그리고 나도 그렇게 남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이면이 있을 거라고 새삼 깨달아서였을 거다. "사람의 본성은 월식 같아서 잠깐은 가려져도 금방 드러나게 되어있어."


•영화 <아메리칸 셰프>

- 이 영화를 보고 들었던 세 가지 생각 1. 플로리다 가고 싶다. 2. 쿠바 샌드위치 먹고 싶다. 3. 아니, 그렇게 패기 넘치게 틀을 깨부수고 승승장구하다가, 결말은 왜 안정을 찾아 타협한 거랍니까?


•영화 <윤희에게>

-  "나도 네 꿈을 꿔." 내 맘대로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엔딩 상 드립니다. 팟캐스트 '헤이메이트'에서 이 영화를 보고 가본 적도 없는 오타루에 내가 뭐 첫사랑 같은 걸 두고 온 것 같아서 한번 가봐야겠다고 말했는데 그 마음이 곧 제 마음이고요..


•영화 <소공녀>

-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미소는 집만 없었고, 다른 이들은 집만 있었다'는 어느 네티즌의 리뷰가 가슴에 콕 박힌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이 사회의 속물이라 미소 같은 용기는 안 나지만, 적어도 덜 속물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든다. "집은 작아도 생각과 취향은 커" 정도로 당당히 말할 수 있기를. 미소의 삶을 지탱해준 위스키, 담배, 그리고 '너'. 나에게는 어떤 것들이 집을 대신해줄 수 있을까?


•영화 <리틀포레스트: 사계절>

- 김태리 주연의 한국판 <리틀포레스트>를 좋아해서, 궁금했고 한 번쯤 보고 싶었던 일본판. 너무 잔잔해서 끝까지 보는 게 좀 힘들긴 했다. 역시 나는 한국 사람이고, 도시 사람이구나 싶었다.


3월에 즐겨본 콘텐츠

•네이버 NOW '소셜클럽데이'  

호스트 데이식스의 팬이라 듣게 된 거지만 '소셜 클럽'이라는 컨셉이 요즘 트렌드를 잘 탔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감성을 오글이라 부르지 말라! 감성 존중 클럽', '이거 쓴 이후로 삶의 질 수직상승! 꿀템 공유 클럽' 등 매화 주제는 갖다 붙이기 나름인데 '클럽'이라는 프로그램의 큰 주제로 청취자와의 혹은 청취자 간의 유대감이 생긴다. 나처럼 낯 가리지만 외로운 현대인에게 추천한다.


EBS 다큐멘터리 <집 더하기 집 - 건축 탐구 집>  

- 언젠가 독립할 그 날을 꿈꾸며 인테리어 영상으로 시작해서 집 매물 영상을 찾아보던 나, 이제는 집 짓는 영상까지 와버렸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단순히 멋있고 신기한 집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남들이 정해놓지 않은 자신들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고 그것을 집 건축으로 실행에 옮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해줘서 좋다. 역시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 다 다른 모양, 다른 구조의, 다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3월에 잘한 소비

•캔들워머 w/ 투스카니 캔들

- 캔들워머를 갖고 싶어 한지는 정말 오래됐는데, 포화상태인 방에 더 이상 뭔가를 들이면 안 될 것 같아 계속 주저했다. 호흡기가 예민한 편이라 건강에도 안 좋을 것 같았고. 그런데 제주 여행 때 묵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캔들을 켜놓고 지내보니 이런 퀄리티의 삶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고른 앤티크 디자인도 마음에 들고, 사은품으로 온 투스카니 캔들의 stressless 향도 다행히 취향에 맞는다. 녹아있는 푸른색의 캔들을 보고 있으면 꼭 내 방 안에 작은 바다가 생긴 것만 같다. 근데 생각보다 너무 커서 나중에 언젠가 독립하면 거실에 두고, 침실용으로 작은 거 하나 더 사야겠다고 생각..



3월에 맛있게 먹은 음식

•내가 만든 치아바타 샌드위치

- 엄마가 치아바타를 대용량으로 사 오셔서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자주 해 먹었다. 그때그때 집에 있는 재료를 찾아 넣었는데 카페에서 사 먹는 맛이 나서 신기했다. 역시 홀그레인 머스터드에 딸기잼은 실패할 수가 없는 무적의 조합.


•카페 키이로의 '호지차 테린느'  

- 키이로의 테린느는 참 신기한 디저트다. 고작 손가락 만한 크기의 작은 테린느에 엄청 진하고 깊은 맛이 농축되어 있고, 조금씩 곁들여먹으라고 내어주신 크림과 팥은 전혀 달지 않아 테린느의 본맛을 해치지 않고 식감을 더해주는 정도로 재미를 준다. 이번에도 역시 아주 만족스럽게 즐겼고, 호지차 특유의 약간 씁쓸하고 구수한 맛이 오히려 말차보다 더 내 취향이었다.


3월에 마신 카페


3월에 잘한 일

• 친구랑 둘이서 '작심삼일클럽'이라는 걸 시작했다. 함께 만들어보고 싶은 습관을 매주 하나씩 제시하고, 각자 일주일에 딱 3일 열심히 지키고 인증하는 클럽이다. 뭐 엄청 대단한 건 아니더라도, 우리가 이렇게 바쁜데도 일주일에 3일이나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어디냐는 마음으로 하는 거다. 다시 무기력해졌던 나에게는 이렇게 평범한 나날들 속에서도 꼭 지키고 싶고, 잘 해내고 싶은 무언가가 필요하기도 했고.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이 클럽이 일상에 가져다 줄 소소한 자극이 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 100일 동안 꾸준히 참여해야 하는 챌린지인 Project 100의 '나를 찾는 100가지 질문에 1일 1답하기'도 시작했다.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평소 생각해보지 못했던 질문들이 또 새롭다. 질문과 답변이 어느 정도 쌓이면 브런치에도 기록해둬야지. 


3월에 아쉬웠던 일

•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하나 맡았는데, 그동안 해온 것과 전혀 다른 결의 업무이기도 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맞춰나가야 하는 일이라 더욱 어렵다. 꼭 나만 못하는 것 같고, 나만 계속 실수하는 것 같은 불안감에 이토록 시달리는 게 오랜만이다. 왜 연차가 쌓여도 능숙해지지 못할까.


•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화두다. 재택근무 중이라 회사에 안 나간 지 한 달이 넘었고, 개인적인 약속은 딱 두 번 있었다. 하도 사람을 안 만나니 사람이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있기는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나만 외로운 게 아니니까. 모두가 서로를 이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할 테니까. 원래도 보통 혼자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생기고부터 내가 잘하는 걸 찾아 다행이다. 역시 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질이다. (..라고 말하지만 이걸 '아쉬웠던 일'에 쓰는 걸 보면 사실 외로웠나 보다.)


3월에 행복했던 순간

1. 제주에서 가족들과 함께한 엄마 생일파티

2. 밤마다 캔들이랑 조명 켜놓고 즐겼던 나만의 영화관

3. 서울숲 벤치에 앉아 데이식스의 '장난 아닌데'를 들으며 "봄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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