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플레이스 네 번째 이야기 모음
31. 매콤한 게 당길 때
청년다방 판교테크노밸리점
매운맛의 즐거움을 모르는 '맵린이'라 매콤한 것보다는 자극적인 게 당길 때 찾는 곳이에요. 한때 다이어트한다고 맵고 짠 걸 일절 멀리한 적 있었는데, 오랜만에 여기 떡볶이를 먹고 '윽, 너무 자극적이야, 너무 좋네' 하고 속으로 놀랐던 적도 있었더랬죠. 제가 수용할 수 있는 맵기의 최대치, 즉석떡볶이는 사랑입니다.
32. 어릴 적 살던 동네에 대한 추억
우성할인마트
초등학교 저학년 때 단짝 친구 아버지가 하시던 동네에서 제일 큰 마트. 당시 이름은 '우성공판장'이었죠. 엄마의 심부름도, 가족과 장 볼 때도, 학교 행사 단체주문도 늘 여기였어요. 하굣길에 친구와 같이 들르면 꼭 공짜로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쥐어주셨던 훈훈한 기억이 나네요.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었는데, 어른이 되니 문득 옛 동네가 궁금해졌어요. 어느 날 갑자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트에 찾아간 적이 있는데, 친구 아버지께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계시더라고요. 한눈에 저를 알아보시진 못했지만 인사를 드리니 크게 반가워해주시며, 친구를 불러주셨어요. 오랜만에 찾아갔어도 그때 그 어린 시절처럼 맞아주셔서 더 훈훈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곳이에요.
33. 비 오는 날 가기 좋은 곳
카페어니언 미아점
그냥 베이커리 카페라고만 소개하기에는 어쩐지 조금 미안한 곳. 낡은 우체국 건물 일부를 개조한 공간인데, 들어가 보면 내가 아트 갤러리에 왔나? 착각할 정도로 신비로운 분위기입니다. 김 서린 듯 불투명한 창 밖으로 비치는 나무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마음이 촉촉해지는 기분이에요. 실제로 비가 많이 오던 날 여기 갔었는데, 비가 와서 더 촉촉하고 낭만적이라고 느꼈어요.
34. 내 생일에 가고 싶은 곳
바오27
아직 가보지는 못했고 TV로만 봐 둔 곳이에요. '하트시그널2' 김현우♡임현주의 크리스마스 첫 데이트 장소! 작은 대만식 다이닝 바인데 참 괜찮아 보였어요. 이런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단둘이 맛있는 거 먹으면서 생일을 보내고 싶어요. 보고 있나요, 미래의 남자친구씨?
35. 브런치 카페
육공사
(인스타에서는 매우 핫하지만) 작고 소박한 동네 카페인데요. 여기 브런치 메뉴인 그릴드 치즈와 아보카도 토스트가 말도 안 되게 맛있습니다. 분명 우리가 다 아는 그 재료들인데 무슨 마법을 부리셨는지, 조합이 미쳤어요. 이런 브런치를 매일 먹을 수 있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만 같아요. 최근에 갔을 때 금방 웨이팅이 생기더라고요. 여유로운 브런치를 즐기고 싶다면 한가한 때를 공략해야겠어요.
36. 가장 오래 기다려서 방문한 곳
SBS 등촌동공개홀
옛날 옛적 얘기지만 중 1 때 모 아이돌을 너무 좋아했어서 (흑역사) 엄마한테 딱 한 번 겨우 허락받고 SBS 인기가요 공개방송에 가게 되었어요. 5시 첫차 타고, 7시에 도착해서, 16시 방송 시작까지 무려 9시간을 공개홀 앞 길거리에서 꼬박 기다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간절히 기다려 입장했건만 저보다 키 큰 언니들에게 치이고 밀려서 그 아이돌의 머리카락만 겨우 본 기억이.. (눈물)
37. 무언가를 배운 곳
마이크임팩트 종로스퀘어
취준생 시절 매주 2~3일씩 꾸준히 스터디를 했던 곳이에요. 좋은 스터디원들을 만나 열심히 노력해서 다 같이 성장하는 게 느껴져 뿌듯했고요. 미래가 막막할 땐 옥상에 올라가 바람 쐬며 고민을 나누기도 했지요. 광고 스터디라 일부러 3번 방 '슈퍼 크리에이터 시리즈'방을 유독 자주 예약했던 기억이 나네요. 직장인이 되어서는 취미 클래스를 들으러 간 적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38. 파스타 맛집
The Pink Door
평소 오일 파스타를 선호하면서도 담백한 맛 때문에 좋아했지, 그 '오일'의 맛을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요. 여기서 처음으로 셰프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올리브유'의 풍미를 느껴봤습니다. 사실 조개는 해감이 덜 됐는지 뭐가 바드득 씹혔는데 그 알갱이들까지 다 먹고 싶었을 정도로 맛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더욱 맛있게 느껴지기도 했던 곳. 밤늦게 갔었는데 레스토랑 전체가 바이올렛 빛 조명으로 물들어있고, 재즈 트리오의 라이브 연주가 울려 퍼졌어요. 동화 속에서 파스타 먹는 기분이랄까요.
39. 회 맛집
금오횟집
무려 6년 전이었는데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맛의 충격. 회는 초장 맛으로 먹는 거라 생각해왔는데 ‘씹을수록 고소하다’는 게 뭔지 깨달았습니다. (감격) 직접 생선뼈를 갈아 만드셨다는 양념장도 신기했고요. 곁들이는 음식들이 하나하나 다 훌륭했는데요. 특히 미역국과 매운탕, 말도 안 되는 맛이라 배 터질 때까지 국물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먹었던 기억이 나요. 안 되겠습니다. 조만간 한 번 더 가야지.
40.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
Alps
도쿄 여행 중 생맥주가 100엔 밖에 안 한다길래 한번 찾아가 봤습니다. 현지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 회포를 푸는 소박한 술집이었어요. 서울에서 가본 고오급 이자카야에 비해 더 좋았다거나 더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현지인들의 일상 한 부분에 잠시 스며들어 경험해본 듯해 좋았어요. 사시미, 가라아게는 무난한 편이었지만 호르몬나베(곱창전골)는 맛있다고 감탄 연발하며 먹었습니다. 모든 술에 찰떡인 최고의 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