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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r 02. 2019

2월, 짧지만 강렬했던 기억들로 남을

2019년 2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2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잡지 <매거진 F Vol.06: 초콜릿>

- 초콜릿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초콜릿만큼 이야깃거리가 많은 소재가 또 있을까 싶다. 야생의 카카오 열매가 우리가 먹는 초콜릿이 되기까지, 누군가에게 선물하려고 사는 순간부터 선물을 받기 까지, 초콜릿은 가장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 오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그 모든 과정 사이사이에 스토리가 담겨 있다. 초콜릿이 입안에서 녹는 이유는 카카오 버터의 녹는점이 사람의 체온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것과, 초콜릿이 키스보다 몸과 뇌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과학적 사실은 심지어 로맨틱하기까지 하다.


잡지 <매거진 B  : No.50 서울(Seoul) 개정판>

- 작년 12월 매거진B 에디터들이 진행한 토크 ' 아카이빙 서울'에 다녀와 비하인드 취재기부터 듣고 본편을 본 셈이다. 서울은 우리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계속 새롭게 볼 수밖에 없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보통 너무 가깝고 익숙하기에 당연하다 생각하여 놓치는 것들이 많은데.


• 책 <여행하지 않을 자유> - 피코 아이어

-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여행을 많이 해봤을, 심지어 북한에도 다녀온 여행 작가가 '아무 데도 가지 않기'로 여행을 떠나라고 말한다. 여행의 경험으로부터 무언가를 얻는 과정은 보통 집으로 돌아온 후 가만히 앉아있을 때 일어난다고. 신선한 충격이다. 꼭 여기로부터 벗어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 책 <인스파이어드> - 마티 케이건

- 제품 에반젤리즘, 다른 사람들이 함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꿈을 파는 법. 공유와 학습, 그리고 “당신이 설레고 있음을 사람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어라. 열정은 정말로 전염성이 있다"


•잡지 <DOR Vol.01: Melbourne>

- 딱 2년 전 요맘때 갔던 멜버른이 요즘 부쩍 그립다. 모든 게 나에게 딱 '적당했던' 도시. 다음 겨울 즈음 다시 한번 가볼까.  "사람들은 어디서나 아지트를 찾아 헤맨다. 아끼는 이들 몇몇만 비밀스럽게 데려가고 싶은 그런 곳. 종종 그런 곳을 발견하면 메리 올리버의 말을 빌려 '사적인 천국'이라 부른다."


• 잡지 <어라운드 62호 COLORS>

- 색은 그냥 색일 뿐인데 인간들이 그 색에 의미와 성격을 부여해온 게 흥미롭다. 내가 색이라면 좀 억울하겠다 싶기도 했다. 우리가 색깔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의 <컬러의 말>을 읽어보자.


2월에 즐겨들은 음악

• ITZY '달라달라'

-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JYP 신인 걸그룹의 데뷔. 진성 제왑 덕후라 기대된 것도 있지만, 이전부터 방송에 조금씩 노출되었던 멤버들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기에 이들이 한 팀이 되어 낼 시너지가 궁금했다. 특히 류진과 예지가 들어가면 무조건 뜬다, 그리고 백퍼 내가 덕질할 거다 라고 장담했었지.

 '달라달라'에 대한 나의 한 줄 평은 "참 잘 뽑았다". 멤버도, 컨셉도, 곡도. 누군가는 다른 걸그룹들과 비슷하다고도 하지만 묘하게 비어있던 밝고, 세련됐으면서도, 건강하고 멋진 영역의 포지셔닝을 이들이 채워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우리는 다르다는 당당한 자존감. 우선 올해는 이렇게만 계속 가자.


• 김현철 '왜 그래'

- 별생각 없이 유튜브에서 일본 80년대 시티팝을 찾아 듣다가 너무 세련된 노래가 나와 귀를 기울여 보니 우리나라말이어서 놀랐다. 한국의 8090 재즈와 펑크 음악이 이렇게 힙했던가. 그중 '왜 그래'는 원래 알고 있었지만 새삼 다르게 들려 더욱 놀라운 곡. 시대를 앞서간 과거의 뮤지션들을 다시 찾아들어봐야겠다.


• 태민 'Shadow'

- 태민의 새 앨범 수록곡. 'MOVE'나 'WANT'처럼 나른하고 치명적인 노래·퍼포먼스는 이제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역시 역솔남) 하지만 나는 좀 더 힘이 들어간 '박력탬'을 조금 더 좋아하는데 이 곡에서 '괴도' 같은 느낌을 받아 자주 듣게 된다.


2월에 즐긴 문화생활

• 영화 <극한직업>

- 시작부터 끝까지 내내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다고 해서 보러 간 영화. 중간중간 피식할 만한 유머 코드는 잘 설계되었지만, 잔인한 거 1도 못 보는 내 기준으로는 투 머치 폭력이었다. 웃은 기억보다 눈 감고 있었던 기억이 많은데, 이것은 코믹영화인가 액션영화인가.


2월에 즐겨본 콘텐츠


• 예능 <슈퍼인턴>

- 요즘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가장 스트레스를 주는 예능. 인턴들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서로 충돌할 때 공감도 되고, 박진영 PD의 피드백으로부터 배우기도 하고. 쉬려고 보면 어쩐지 다시 출근해서 일하는 기분이라 점점 안 챙겨보게 되는 게 함정. 이직할 생각은 없지만 박진영 PD와 면접 보면서 소속 가수들과 K팝 시장 얘기도 하고, 트와이스·스트레이키즈·ITZY 앞에서 컨설팅 발표는 한번 해보고 싶다. 평가도 받아보고 싶고. (근데 왜 데이식스 얘기는 한 번도 안 나와요?) 


• 예능 <국경 없는 포차 - 코펜하겐 편>

이미 대중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윤식당>류의 '국뽕 예능'인 데다 말도 안 되는 우연이 반복되며 조작 논란도 있었지만. 유사 프로그램들에 비해 다양한 손님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룬 편이라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다. 구구절절하게 정의를 내리지 않아도 덴마크의 '휘게'란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고, 덴마크로 입양된 사람들의 사연, 고생하며 타국에서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 찡해지기도 했다. 어디까지가 연출이고 대본인지를 떠나, 손님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다가가는 출연진들의 열린 태도와 역할이 이런 스토리텔링에 한몫했다고 본다. 이 조합 괜찮았는데, 이대로 주작 예능이라 묻히는 건 너무 아쉬운데.


• 유튜브 채널 sjkuksee (신세경)

- 그리고 '국경 없는 포차'에서 영업당한 신세경. 특별한 연예인의 삶도, 화려한 편집도 아니고, 그냥 강아지 산책시키고, 친구 만나고, 맛있는 거 해 먹는 건데 그게 뭐라고 10분 넘게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고 기분이 좋아질까. 댓글에서 그 답을 찾았다. '내가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들이 이렇게 예뻤던 걸까 되돌아보게 되네요.' 바르고 따뜻한 사람의 사람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시대다. 세경씨 그렇게 안 봤는데 참 괜찮은 사람이네.


2월에 잘한 소비

• 에어팟

- 왠지 꼭 선물로 받을 것만 같고, 이벤트 당첨될 것만 같고, 어떻게든 내 손에 들어올 것만 같아 안 사고 버티다가 결국 '에어팟2' 출시 못 기다리고 존버 포기. 일본에서는 좀 더 싸게 살 수 있다길래 여행 중 후쿠오카 애플 매장에서 속 시원하게 구입했다. 역시 살까 말까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 삶의 질이 올라갔다. 이제 키링을 사자.


2월에 탐험해본 동네

잠실 - 성수 - 갈매 - 한남 - 방이

그리고 북규슈 여행 (후쿠오카 - 우레시노 - 다케오 - 나가사키)


2월에 마신 카페


2월에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 옥수수피자, 그리고 포트와인

- 요즘 한남동에서 핫하다는 파이프 그라운드 피자. 옥수수의 달콤함과 정체 모를 동남아의 향이 원투 펀치 날리는 단짠+savory 파티. 그리고 2차로 포트와인 한 병. 달달하다고 홀짝홀짝 마시다 다음날 출근을 못했지만. 설렘 가득한 이야기 속에서 먹어서 더욱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 그리고 일본 여행에서 먹은 음식들 

1) 우레시노 료칸 와타야벳소 가이세키 

2) 우레시노 소안요코초 온천두부 정식

3) 후쿠오카 우오타츠 스시

4) 나가사키 라오리 짬뽕 

5) 후쿠오카 미트랜드 함바그 추가 정식

6) 후쿠오카 캐널시티의 이름 모를 집에서 모츠나베


2월에 잘한 일


1. 3년 만에 온 가족이 함께한 해외여행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나름 알차게 이곳저곳 구경했고, 무엇보다도 안 다치고, 안 싸웠다. 4박 5일 관찰해보니 엄마 아빠는 점점 귀여워져서 내가 돌봐줘야 하고, 동생은 이제 의지해도 될 정도로 듬직해졌다. 만감이 교차한다. 그리고 어딜 가고, 뭘 먹을 때마다 가족들에게 '좋다', '맛있다'는 피드백이 바로바로 오니까 더욱 뿌듯했다. 나 여행 계획 진짜 잘 짜는 것 같아.. 


2. 어쩌다 보니 돌아오자마자 다음 여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3월부터 유류할증료 인상된다고 해서 서둘렀다. 더 큰 세상을 보러 갈 5월이 기대된다. 


3. 유독 연예인 볼 기회가 많았다. 촬영장에도 가고, 아이돌이랑 사진도 찍어보고, 심지어 회사로 방송 촬영을 와서 또 실컷 봤네. (직업 만족도 +1) 그중에서도 절대 잊지 못할 나의 연예인은 태민, 괜히 샤이니가 아니다. 막 빛이 난다. 이렇게까지 좋아하는 연예인을 본 건 처음이라 내내 황송해서 눈도 못 마주치고 그저 입틀막. 새삼 샤이니 때문에 울고 웃던 지난 날들 생각나며, 10대 후반 20대 초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2월에 아쉬웠던, 반성하는 일


1. 요즘 들어 회의에서나 독서 토론 자리에서 내가 말을 얼마나 조리 있게 못 하는지를 뼈 저리게 느낀다. 항상 생각은 깊고 많은데 입을 통해서 꺼내려고만 하면 꼬여버린다. 천천히 정리해서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2. 16시간 공복을 지키기로 결심했는데 이틀 이상을 못 간다. 먹는 걸 줄여야 한다. 예전에 썼던 다이어트 어플을 다시 깔았다. 내가 먹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반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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