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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Mar 31. 2019

3월, 음악과 글로 풍요로워질 봄

2019년 3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3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책 <마케터의 일> - 장인성

- 유독 마케팅하는 사람들은 직군에 대한 프라이드가 엄청 강하고, 다른 직군과 경계 짓기를 좋아한다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있다. 마케팅을 좋아하는 非마케터는 늘 소외당했더랬지. 내 업무가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매력적인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마케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밑줄 그은 두 가지는 꼭 기억해두자. 1) 경험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경험 자산'을 쌓아두기 2) '이해가 안 돼', '원래 그래'라는 말은 하지 않기.


• 책 <나는 이스트런던에서 86 ½년을 살았다> - 마틴 오스본

- 평생을 이스트런던에서만 살아온 한 '쓸데없이 기억력 좋고 오지랖 넓은 노인네'가 들려주는 동네 이야기. 요즘 드라마 '눈이 부시게' 때문에 나이 듦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되는데, 혼자 나이 든다는 건 정말 찡하다. "여기에 가구점이랑 양장점이랑 뮤직홀이 있었는데, 이제 큰 경기장이 들어섰네요. 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 책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 - 브레드 게티

- 힙스터라고 폼 잡는 요즘 애들 비꼬는 내용이다. 너네가 촌스럽다고 비웃는 아버지 세대가 진짜 힙했다고. 책의 1/3이 여자 꼬신다는 내용이라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아버지가 너를 키우기 위해 이랬고 저랬다는 찡한 구석도 가끔 있었다.


• 책 <퇴사 준비생의 런던> - 이동진 외


3월에 즐겨들은 음악

좋아하는 가수들이 컴백하고, 기대하던 신인들이 데뷔했다. 들을 노래 넘쳐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던 이번 달.

• 태연 '사계'

- 벌써 며칠 째 음원차트 1위인 건지. 올해 들어 들어본 노래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좋은, 사계절 내내 듣고 싶어 지는 마약 같은 노래. 왜 그래도 아직은 태연(그아탱)인지, 왜 태연이 태연인지 알고 싶다면 콘서트 라이브 영상을 추천한다. 인간적으로 김태연은 오래오래 노래해줘야 한다 진짜.


백예린 <Our love is great>

- 3년을 기다려온 백예린의 새 앨범. (존버는 승리한다) 곡 하나하나가 그녀를 닮았다. 타이틀곡 제외하고 내 최애곡은 'Our love is great', 차애곡은 '지켜줄게'. 그나저나 나만 좋아하는 마이너 가수였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음원 1위에 전곡 상위권 차트인 하는 대박 메이저 가수였다니.


잔나비 2집 <전설>

- 아주 제대로 영업당하라고 정규앨범이 나왔나 보다. 보컬 최정훈의 음색은 사람을 홀리고, 잔나비의 덤덤한 가사는 사람을 무너뜨리는 힘이 있다. 타이틀곡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외에도 즐겨 들은 곡은 '나의 기쁨 나의 노래', 'DOLMARO', '꿈과 책과 힘과 벽'.


스트레이 키즈 <Clé 1: Miroh>

- 앨범 나오면 무조건 전곡 재생해보는 몇 안 되는 아이돌. 아직 어린데도 자신들의 이야기로 전곡을 작사·작곡하는 3RACHA 멤버들의 능력과 작업량이 새삼 존경스럽다. 'Hellevator', 'DISTRICT9' 이후 개인적으로 타이틀곡이 조금 아쉬웠는데, 이번 'MIROH'는 딱 내 취향저격이고, 무엇보다 필릭스가 목소리로 그냥 다 찢어버렸다. 추천곡은 '승전가'와 'Boxer'. 이렇게 패기 넘치고 겁나 센 노래 많이 해줬으면.


• 투모로우바이투게더 'Blue Orangeade'

- 방탄소년단의 동생 그룹이라는 것보다는 빅히트의 새로운 기획이 궁금해서 기다려온 TXT의 데뷔. (그게 그거지만) 샤이니 데뷔 초 이후 이렇게 대놓고 청량하고 상큼한 앨범 오랜만이다. 난해한 제목의 타이틀곡보다 이 곡이 나는 더 좋더라. '넌 빨간 장밀 좋아해, 넌 파란 바달 좋아해' 킬링 파트.


트레이 '멀어져'

 - 요즘 잘 없는 3인조 그룹에 요즘 흔치 않은 음악 스타일. 라이브 퍼포먼스를 한번 꼭 봤으면 좋겠다. 셋이서 엄청 열심히 춤추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라이브 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어딘가 2000년대 초반 느낌 나는데 그게 또 향수를 자극한다.


3월에 즐긴 문화생활

• DAY6 1st 월드투어 <Youth> 앙코르 콘서트

- 데이식스를 만난 지 벌써 3년 반째지만, 공연을 할 때마다 더 깊게 빠지고 더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된다. 월드투어를 마치고 두 달의 휴식기가 있었기에 멤버들 컨디션이 더 좋아 보였고, 역대 최대 규모 공연장이었기에 팬들이 채우는 에너지도 상당한 규모로 다가왔다. 인간이 살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2~3시간 안에 느낄 수 있는 데이식스 공연. "<Youth> 투어는 막을 내렸지만 우리의 youth는 끝나지 않았다"는 원필의 깜짝한 마지막 한 마디가 큰 여운을 남겼다.


• 태연 <'s...one TAEYEON CONCERT> 앙코르 콘서트

- 고퀄리티 공연. 곳곳에 돈 들이고 공 들인 게 너무나도 잘 보이더라. 레이저 쏘거나, 화약 쏘거나, 리프트 올라가거나, 심지어는 줄에 매달려 날아다니기까지.. 셋 리스트 내내 중복되는 연출이 하나도 없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응원봉 중앙 제어로 관객과 함께 무대를 만드는 효과도 좋았고, 화제가 됐던 패러디 VCR 'TY캐슬'도 쓸데없이 고퀄이었다. 가장 놀랐던 건 공연장 안에 은은하게 풍겨오던 향기가 알고 보니 태연이 조향사와 함께 이 '쓱콘'을 위해 직접 제조한 향이었다는 것. (기절) 무엇보다도 이 고퀄 공연을 2시간 넘게 혼자 이끌어나간 가수의 역량이 대단했다. 라이브 천재, 무대 천재, 센스 천재, 아이돌 천재. 태연은 그저 킹이다. 오디오가 한 3초만 비어도 곳곳에서 "언니, 사랑해요" 괴성이 터져 나오는데 왜 그러는지 그 마음 너무 잘 알겠고요..


• 잔나비 전국투어 콘서트 <투게더> 서울

- 보컬 최정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노래를 잘하는데 밴드 리더로서 쇼맨십도 훌륭하고, 뭘 하든 시선을 끄는 천부적인 매력을 지닌 것 같다. 몇백 명 정신을 들었다 놨다 하는 미친 지휘자 같아 보였다. 근데 입장할 때 미발매곡 담은 CD에, 팔찌, 야광봉까지 나눠주는데 퇴장할 때 멤버들과 하이터치를 한다고? 이 시대에 이런 혜자콘이 존재하다니.


전시 <굿즈모아마트>

- 쓸데없이 디테일하게 마트 컨셉에 충실해서 재미있었다.'한남 수산' 코너에 웬 바지락을 파나 자세히 봤더니 핀뱃지더라. 그런데 빈손으로 나왔다. 컨셉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굿즈가 너무 돋보이지 못한 건 아닌지.


3월에 즐겨본 콘텐츠


JTBC <트래블러>

-  류준열이 생각보다 능동적으로 여행하는 타입이라, 뻔한 해외여행 예능보다는 오히려 '세계 테마 기행' 같은 다큐에 가까워 볼만했다. 한번 사는 인생 류준열처럼 여행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이제훈은 참 잘생겼고 참 귀엽다.


유튜브 'ReacttotheK' <Classical Musicians React> 시리즈

-  K팝 해외 리액션 비디오는 널렸지만 미국 음대생들이 '음악'에 포커스를 두고 하는 리액션이라 흥미롭다. 본인들의 예상과 다르게 곡이 전개될 때, 특히 가성(falsetto), 전조 (key change)가 나올 때 왜 저래 싶을 정도로 흥분하는데 그게 웃기다. 네이티브 영어로 아이돌 앓는 주접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 멤버 Jae가 직접 댓글로 신청한 나의 최애 에피소드 DAY6 'Man in a Movie' vs '좋은 걸 뭐 어떡해' 편. '좋떡해' 듣고 행복해서 눈물 흘리는 Jarod 진짜 사랑스러움.


• 생각노트 윤종신 인터뷰에서 메모한 ‘콘텐츠 창작자’의 태도

- 연초부터 생각노트님의 뉴스레터 콘텐츠를 구독하고 있는데 매주 보면서 그 관찰력과 통찰력에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이번 인터뷰 큐레이션 '윤종신 편'은 두고두고 볼 만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집념 있게 수집하고 그의 철학을 재조명하는 건 보통 노력과 애정으로 될 일이 아닌데. 이런 인사이트를 읽어내는 눈을 기르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경지까지 올라야 하는 걸까.


3월에 잘한 소비

포토북

- 엄마가 포토북 만들어달라고 졸랐는데 그거 보통 일 아니라고, 계속 귀찮다고 미루다가 엄마 생신에 맞춰서 급하게 작업했다. 지난달 다녀온 가족여행 4박 5일을 작은 책 한 권으로 정리하니 보기 좋았다. SNS도 안 하는 엄마 아빠는 이렇게나마 여행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겠지. 가끔 한 번씩 들춰보실 때 뿌듯해진다.


3월에 탐험해본 동네

성수 - 공릉 - 강남 - 성북 - 판교 - 연남 - 방이


3월에 마신 카페


3월에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마라탕 (feat. 강소백)

- 요즘 판교인들 사이에서 핫한 마라탕 집. 맵린이라 아직 마라샹궈는 잘 못 먹는데, 마라탕은 확실히 다른 집들에 비해 마일드해서 내 입맛에 딱 좋다. 전엔 점심 먹으러 왔었는데 저녁에 술안주로 먹으니 247배쯤 더 맛있더라.


• 키라쿠의 카야잼스콘

- 이번 달에 먹어본 것 중 가장 작고 소중했던 것. 스콘에 카야잼, 버터, 치즈. 이건 반칙이지.


3월에 잘한 일


1. 일을 많이 벌였다. 회사 밖에서 인간으로서의 나를 좀 더 발전시키고자 이것저것 시작한 게 많다. 1월부터 해오고 있는 독서 모임 트레바리, 지난주 새로 시작한 소셜 살롱 문토,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Project100까지. 참 오랜만에 낭비하는 시간 없이 바쁘게 살고 있다.


2. Project100의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프로젝트'는 정말 챌린징 하지만 그래도 시작하기 잘했다 싶다. 몇 시간 동안 머리 싸매고 완성한 글도 있고, 술 먹고 택시 타고 집에 가는 길에 10분 만에 끄적인 글도 있다. 부끄러운 일기장 수준의 글이지만 모아두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브런치에 업로드하고 있는데, 조금씩 오는 피드백이 또 재미있다. 특히 주제가 '영화'였던 날 딱히 할 얘기가 없어 솔직하게 쓴 글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 것 같아 신기했다.

재작년~작년까지만 해도 글쓰기 공포증에 난독증까지 와서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둘 다 이겨낸 것 같다. 장하다! 그리고 오늘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썼다. 더 장하다!


3월에 아쉬웠던, 반성하는 일


1. 일을 너무 많이 벌였다.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매일 밤, 매주 주말에 해야 할 일이 빼곡한 to-do list를 보면 한숨부터 나오는 건 사실이다. 누구도 시키지 않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시간 관리와 체력이 중요할 듯싶다.


2. 4월은 헬스장 등록해둔 마지막 달이기도 하다. 바빠도 운동은 빼먹지 말자.


3. 이 글도 엄청나게 길어져버렸다. 글을 짧게, 임팩트 있게 쓰는 연습을 하자. 짧은 글이 더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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