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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리터 Apr 29. 2019

4월, 잘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

2019년 4월의 월말결산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까워 남겨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매달을 기록해둡니다.




4월에 읽은 책과 잡지

• 책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 최고요

- 요즘 유행하는 실내 인테리어는 전부 화이트에 우드 가구, 식물 인테리어로 뻔한데, '고요의 집'은 그런 지나가는 유행에도 끄떡없을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을 닮은 집이기 때문이다. 내 방을 나를 닮은, 혹은 내가 되고 싶어 하는 나의 모습을 담은 공간으로 만드는 것. 그게 나의 과제다. 


'나는 언제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집이기를 바랐다'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다 보면 (중략) 그런 것들이 커다란 덩어리를 이룬 것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일상생활을 디자인하는 일에 재미와 깊이가 생긴다.' 


• 책 <센스의 재발견> - 미즈노 마나부

-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 어떤 사람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나는 늘 망설임 없이 '센스 있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센스란 무엇인가,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인가가 어려운 질문이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조금이나마 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센스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 특별한 재능이 아닌 훈련의 결과다.'

'센스란 지식의 축적이다. 지식을 토대로 예측하는 것이 센스다.'

'센스를 기르려면 지식이 필요하지만, 지식을 흡수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감수성과 호기심이 필요하다.'

'가본 적 없는 장소에 가는 것, 자신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욕조에 반대로 앉는 것, 버스 정류장을 바꾸는 것, 백화점에서 사소한 '조사'를 하는 것, 이는 모두 '여행'이다. 여행이라는 공부는 느끼는 힘을 키워주는 가장 훌륭한 것이다. (중략) 일상에서 벗어나는 여행을 오늘부터 시작해보길 바란다.' 


• 책 <90년대생이 온다> - 임홍택


4월에 즐겨들은 음악

• 방탄소년단 <MAP OF THE SOUL : PERSONA> 

- 역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은 전곡을 안 들어볼 수가 없다. 지금 이 음원 시대를 평정하는 최고의 아이돌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음반'을 잘 만들어왔다. 특히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지금 이 계절과 찰떡이라 자주 들었고, 곡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도 마음에 든다. 'Dionysus'는 중독성 쩔어서 몇 번 안 들어봤는데도 자꾸 흥얼거리게 된다. 


• 트와이스 <FANCY YOU>

- 트와이스의 이미지 변신을 응원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앨범. 이전과 확연히 다른 컨셉이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반응이지만 시기의 문제지, 언젠가는 나와야 할 시도였다. (언니는 '식스틴' 때부터 너희들이 멋있는 거 하기를 바랐어..) 앨범 전반적으로 K팝 걸그룹의 앨범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해외 팝적인 요소가 강하다. 나의 수록곡 픽은 'Stuck in my head', 'Strawberry'. 


• 헤르쯔 아날로그 '새벽공항' 

- 제목이 다한 노래들이 있다. 제목 믿고 우연히 한번 들어봤는데 노래가 제목을 배신하지 않고, 잘 어울려서 마음에 들었던 노래. 새벽에 들으면 그렇게 아련할 수가 없다. 


• 구원찬 '너는 어떻게' (feat. 백예린

- 작년 연말에 나온 노래지만 유튜브 라이브 영상 덕에 최근에 자주 듣고 있다. 백예린 때문에 듣게 됐지만 구원찬이라는 가수 음색에 뜻밖의 덕통사고를 당했다. 이렇게 한없이 착하고 덤덤한 목소리가 백예린의 음색을 감당해내다니. 둘의 조합 참 좋다. 


4월에 즐긴 문화생활

• 독일 맥주 시음회 

지금까지 독일은 세 번 가보고, 맥주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꼭 마시는데 독일 맥주에 대해 너무 아는 게 없었다. 맥주 순수령 때문에 독일 맥주는 다 헬레스 라거 아니면 바이젠, 거기서 거기인 줄 알았는데 내 편견이었다. 여덟 개 종류의 맥주를 맛보고 비교해보니 재료와 제조 방식에 따라 미묘하게 맛 차이가 다 느껴졌다. 그중 제일 취향에 가까웠던 건 메르첸, 너무 충격적이었어서 자꾸 생각나는 건 고제. 확실히 알고 마시는 게 다르다.


4월에 즐겨본 콘텐츠


• 유튜브 집꾸미기 등 인테리어 채널과 룸투어 영상 

-  요즘 실내 인테리어, 특히 방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절정을 찍었다. 몇 달 후 이사 가면 내 방을 어떻게 꾸밀지 늘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각종 방 꾸미기, 랜선 집들이 영상을 찾아보고 있다. 어느 정도 공통적인 공식이 보인다. 전체적인 톤은 무조건 화이트에 우드로 맞출 것. 가구 배치로 공간을 분리해줄 것. 최소한의 물건과 짐만 보관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할 것. 아, 여기서 망했다. 


• 유튜브 스브스뉴스 문명특급  

- 원래 챙겨봤지만 숨어 듣는 명곡 '삐리뽐 빼리뽐'+'삐리빠빠' 편 때문에 최근에 전 에피 복습했다. 제작진이나 재재언니가 내 또래라 그런지, 예전 문화 추억팔이부터 요즘 초딩들 문화 배우는 것까지 딱 내 시선에 맞게 다뤄줘서 좋다. 그리고 재재언니 정말 센스 있는 사람, 많이 버세요. 


• 유튜브 심즈셔누 '지켜줄게'

- 데뷔 초부터 심즈 같다는 얘기를 들어온 몬스타엑스 셔누를 똑같이 따라 만든, 실제 셔누보다 더 셔누 같은 '심즈셔누'가 탄생했다. (얼마나 똑같은지 보여주는 셔누vs심즈셔누) 사람 얼굴 특징을 잘 잡아내는 관찰력도 뛰어나지만, 심즈셔누님이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심을 다양한 콘텐츠로 풀어내는 능력이다. 실존 인물과 똑같이 생긴 심을 출연시켜 현실 세계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가상의 콘텐츠를 기획부터 제작, 편집까지 해내는 셈이다. (진짜 미친 것 같다고 생각했던 소크라테스와 같이 공부해요 ASMR) 그중에서도 National Pet Day를 맞아 만드신 백예린의 '지켜줄게' 뮤직비디오는 병맛일 줄 알고 봤는데 뜻밖의 고퀄에 감동적이기까지 해서 여러 번 봤다. 심즈 주제에 나를 울리다니. 


4월에 잘한 소비

•'무자극력 키우기' 책+머그컵 세트 

- 세상이 너무 자극 투성이라 돈 주고 무자극을 샀다. '진정합시다' 컵은 회사에 두고 냉수 벌컥벌컥 들이켜는 용도로 잘 쓰고 있다. 이번 달 가장 잘한 소비다.


4월에 탐험해본 동네

• 공릉(2회) - 중계 - 판교 - 홍대/합정 - 성수(2회) - 연남/동교동 - 을지로 


4월에 마신 카페


4월에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

•호접몽의 점심 코스 요리

- 10년 살았던 옛 동네 단골 중국집. 주말 청소와 집안일을 끝낸 뒤에도, 집에 손님이 오셨을 때도, 동생 대학 합격 소식을 들은 날도, 우리 가족은 늘 호접몽이었다. 거의 4년 만에, 정말 오랜만에 가봤는데 여전히 친근하고, 여전히 맛있다. 내가 아는 우리나라 최고의 중국집이다. 이 가격에 이 퀄리티는 말이 안 돼. 

민수라의 간장게장

- 오랜만에 차 타고 나가서 먹은 어느 날의 점심. 사실 며칠 전에도 게장을 먹었었는데,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게 깊은 맛이 있었다. 역시 비싼 값을 하는구나. 게딱지에 밥 비벼먹을 때는 황홀하기까지 했다. 자꾸 생각난다. 


4월에 잘한 일


1. 꿈이 생겼다. 이런 생각 자체를 너무 오랜만에 해보는지라 이렇게 글로 쓰는 게 조금 낯간지럽지만. 막연히 재미있겠다고 생각만 했던 걸 실제로 습작해보고, 다른 이들과 공유해보니 나 진짜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벌써 이번 달에만 두 개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어떻게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알아봐야겠다. 이렇게 생각만 해도 설레는 일이 생겼다는 건 올해 최고의 수확이다. 


2. <센스의 재발견>에서 말하는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을 소소하게 많이 했다. 꽃구경 실컷 했던 공릉동과 화랑대 폐역 나들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하루를 채운 성수동 서울숲 나들이, 가족과 함께 10년 살았던 옛 동네 추억 나들이, 트레바리 1~4월 시즌 마지막 모임과 방탈출 번개 그리고 뒤풀이. 시간이 지나고 2019년 4월을 돌이켜보면 떠오를 순간들이 많다. 


4월에 아쉬웠던, 반성하는 일


1. 인스타그램이 재미없어졌다. 이런 요상한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흔히들 말하는 '인태기' (인스타 권태기)인가 보다. 2013년 초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이후로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긴 하다. 요새 100일 프로젝트 때문에 브런치에 글을 자주 써야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인스타=관종'이라지만, 나는 내 인스타그램에 남겨온 나의 역사와 기록들이 좋고, 잃고 싶지 않다. 인태기에서 벗어나자. 


2. 3월에도 썼지만 일을 많이 벌여놔서 너무 바쁘다. 여유 시간이 거의 없는데 하필 날씨가 가장 아름다울 때라, 자꾸 밖에서 그냥 멍 때리고 싶어 진다. 어떻게 하면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까. 영원히 못 풀 숙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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