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현미술 Dec 19. 2024

한강소설에 대한 소소한 생각

2. 한강소설과 번역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주요 이유로 '번역의 힘'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번역가)'-네이버 인물로 이렇게  검색되기까지 한다-는 한강작가와 함께 이미 우리에게 숙해진 이름이다. 한강작가의 소설이 세계 속에 빛나기까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공을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물론 그녀의 섬세한 번역이 큰 역할을 했을 테지만, 한강의 소설 자체가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에  그다지 까다롭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짧은 문장, 명징한 언어, 감각적 표현...

난해한 어휘미사여구도 없다.

이러한 특징은 외국어를 번역하기에  크게 곤란함을 주지 않 것이다.

우리가 감탄했던 우리 문학 중에는 한글로 쓰였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만발하나 작가특유의 만연체나 예스러운 어휘구사가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글은 우리에게는 충분히 아름답고 훌륭하게 느껴질지라도 그러한 감흥을 전달할 수 있는 적절한 번역 어휘나 구조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말은 단어 하나가 다양한 언어유희로 변형되어 느낌을 달리하는 말들도 많다. 예를 들어, '노랗다'는  노오란, 노르스름한, 누런, 누리끼리한... 으로  같은 뜻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번역으로 이러한 언어의 맛을 살릴 수 있을까. <진달래꽃>의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와 같은 문장을 어떻게 외국어로  번역할 것인가.

한강의 소설은 오히려  감각적 묘사가 뛰어나며 형식적인 측면에서 신선하고 서사적 구조에서 놀라울만큼 깊이있게 잘 짜여져 있다. 이런 특징들이 번역을 곤란하게 하는 요소는 아닌것 같다. 인류보편적 주제, 인간의 본질을 태고적 원형까지 거슬러가는 깊은 사유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데에는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하는 K-문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강작가가 번역에 의해 발견되어짐으로써 한국문학의 위상과 더불어 K-문화의 위상을 한층 더 높인 역할을 한 것도 분명하다

한강의 소설은 영어뿐 아니라 28개국 언어로 76건 번역 출판 되었다고 한다.

한강의 소설이 이렇게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고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학을 읽을 수 있게 한 번역가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하지만, 번역가 역시도 한강의 아름다운 언어를 다룰 수 있었음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