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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참 아날로그적인 사람입니다

나를 찾아가는 시간


저는 참 아날로그적인 사람입니다.

커피 한 잔과 책 하나 들고 있으면 행복한 사람입니다.

음악을 듣다가 눈물을 쭈욱 흘리는

감성이 살아 있는 사람입니다.

마당 있는 집에 대한 로망을 안고 사는 사람입니다.

숲 속에서 맡을 수 있는 숲 내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여전히 꽃이 좋은 사람입니다.

다이어리를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자칭 별명을 문방사우라고 부를 만큼 사소한 문구류와 펜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소중한 사람에게는 손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책을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만큼

읽어가지 못하는 책 읽기가 느린 사람입니다.


저는 참 아날로그적인 사람입니다.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채워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너무 사교적이고 친화적이어서,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사람을 좋아해서,

이렇게나 많이,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인지  잘 몰랐습니다.

세 딸과 복닥복닥 만으로도 충분히 에너지를 쏟고 있음에도

‘NO!’라고 말하는 것이 서툴러서 내 에너지를 남겨 두지 못하고

원하는 곳마다에 나누어 주던 사람입니다.

결국 에너지가 소진되어 딸들에게 목소리를 높이게 되고 후회한 후에야

그제야 고요하고 싶구나 알게 되는

남의 소리를 들어주느라 자기 소리에 참 무딘 사람입니다.


저는 참 아날로그적인 사람입니다.

좋게 말해서 아날로그이고

기계치에 방향치에  아직도 운전이 무서워 장롱면허를 면치 못하는,

나 데리고 살기 참 갑갑한 사람입니다.

대단한 것을 올리는 것도 아니면서 공개적인 글을 쓰는 모든 것들이 서툴고 낯선 사람입니다.

책 리뷰며 서정적인 글을 노트에 조용히 혼자 적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발을 딛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 더 이기적인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조금 더 혼자 있는 그 행복한 시간을 내게 허락해 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가득 고인 에너지로 글을 쓰려고 합니다.

나는 더 나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내 색을 내고 내 고유한 빛이 새어 나가도록 그냥 두려합니다.

그 고유한 색채에 온전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그 색이 물들이는 공간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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