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온 세상 가득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수줍음 많은 첫눈이 아니라 그리움 많은 첫눈이었나 봐요. 눈도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려 왔는지 짧은 시간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버렸네요. 딸들은 바로 장갑을 끼고 뛰어 나갔습니다. 한 친구가 외치더라고요.
"내 기도를 들어주셨다! 작년엔 눈이 오지 않아 올 해는 꼭 눈이 오게 해 주세요 기도했는데" 하며 깡총깡총입니다. 강아지들이 따로 없네요. 눈도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얼마나 보고팠으면 그렇게도 시원스럽게 내렸을까요?
아마도 전국구적으로 일 년을 쌓아 놓은 아이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나 봐요. 세 딸은 아침부터 삼단 눈사람을 완성해 주었습니다.
눈이 내리는 날은 마음이 포근하기만 해요. 하염없이 내리는 눈으로 차는 느림보 거북이로 이동하는데 차창 밖을 바라보는 저의 마음은 마냥 좋더라고요. 그러니 아이들의 마음은 더 하겠지요. 찬 겨울인 데다 코로나 확진자 수의 급상승시기로 마음도 동절기 맞이 꽁꽁 모드가 될 뻔했는데 온 세상 가득 눈꽃을 피운 나무들 덕분에 마음에도 하얀 꽃들이 만발했네요. 마음에 핀 꽃들이 말해주네요. 두 팔 벌려 내리는 눈을 담아 작품을 만들어 놓은 나무처럼 살아가자고요.
눈을 찍은 사진을 사용하고 싶어 글을 찾았습니다. 제 스프링 노트에 눈을 담은 시가 있는 것 같은데 하면서요. 고맙게도 열엷살 나무가 시를 써 놓았더라고요. 그날도 이렇게 하얀 세상이었겠지요? 아마도 그 날은 조금씩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얀 세상이었나 봐요.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두 팔 벌려 눈을 안아 눈 꽃을 피운 나무처럼 오늘도 두 팔을 벌려 감사하고 내게 주어진 삶을 사랑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한 겨울 아름다운 꽃이 한아름 피어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