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
스무 살부터 늘 쓰던 닉네임이 바로 나무예요.
'나무'는 제게 롤모델이자 바람이었습니다.
'나무'는 20대부터 마음으로 읊조리던 기도 같은 '시'입니다.
비전 노트에 써 놓았던 글귀는 '사람을 세우는 사람'이었고 롤모델처럼 그리던 것은 '나무'였지요.
대지에 뿌리내린 견고한 나무
오직 태양만을 바라보며 두 팔 벌리는 나무
그로 인해 잎이 무성하여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심기운 곳에서 온전하여 열매를 베푸는 나무
나무처럼,
쉼을 주는 나무처럼 살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나무를 향한 동경은 저로 인해 나무라는 글자가 쓰인 곳은 그냥 지나치지 않게 했지요.
나무라는 글자가 담긴 책은 늘 저의 손길을 뻗어 살펴 보게 했지요.
나무가 서있는 자연은 제 마음이 머무는 곳이며 쉬는 곳입니다.
나무가 모든 것을 품을 수 있을 것처럼 넉넉하고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무가 그만큼 모든 것을 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나무는 비가 오면 오는 데로, 바람 불면 부는 데로 심긴 그곳에서 요동하는 법이 없습니다.
자기가 심긴 곳이 어디이든지 터전을 바꾸려고 괜한 애를 쓰는 대신, 나무는 그곳에 더 깊이 뿌리를 내립니다. 그리고 따뜻한 볕이든, 비바람이든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 감사의 팔을 벌립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자라 갑니다. 새들이 와 깃들이고 사람이 와 기대어 서는 거목으로 자라 가며 버팀목으로 서있습니다.
앙드레 지드는 말합니다.
나무를 향한 사랑이 끊임이 없기에, 나무를 향한 묵상이 날마다 새롭기에 앙드레 지드 말처럼 조금씩 닮아가 마침내 그곳에 이르기를 소망합니다.
나를 심기운 그곳에서 날마다 두 팔을 벌려 감사하기를
그 안에서 자라가기를
새들이 와서 깃들이고 열매를 드리우는 생명을 지닌 나무가 되기를
창조주 안에 뿌리를 두며 창조주만을 바라는 나무처럼
그렇게 겸손하고 지혜로운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마음속에 소망하는 불씨들을 지피며 마음에 불꽃을 피우는 연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