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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나동 May 24. 2023

'볼보의 나라' 이 차가 제일 잘 나가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스웨덴에 살게 되면서 집 밖만 나가면 보게 되는 것.

바로 자동차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전 세계에서 몇 되지 않은 자동차 제조국으로 와서 살면서 스웨덴 사람들이 어떤 차를 타는지 궁금했고 이런저런 호기심도 생겼다.

스웨덴은 북유럽에서 유일한 자동차메이커가 있는 나라다.

유럽 전체로 보면 독일, 스페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다음 정도의 자동차 생산량을 가지고 있다.

처음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했던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VOLVO) 소유국이다.

예전에는 발렌베리 그룹이 만든 사브(SAAB)라는 브랜드가 있어 볼보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지만 2011년 파산했다.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보면 볼보와 사브 운전자의 흥미로운 신경전을 볼 수 있다.

볼보에 둘러싸인 기아차(가운데)

스웨덴 TT통신에 따르면 2022년 볼보는 61만5천100대를 생산했는데 2021년에 비해 생산량이 12% 감소했다.

수요는 많았지만 반도체 등 부품 부족과 중국의 코로나 셧다운으로 인한 생산 감소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는 연간 40~50%의 경이로운 성장을 하고 있다)

볼보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대신 100% 전기차 생산체제로 변화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스톡홀름에서 만난 기아 모닝. 유럽에서 모닝의 차명은 피칸테(Picante)다.

볼보의 명성답게 도로에서 XC90, XC60, XC40, S90, S60, S40, 크로스컨트리 등 다양한 라인업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현대, 기아차를 보는 것처럼 스웨덴에서 볼보는 흔한 차였다.

궁금한 건 볼보 다음으로 어떤 메이커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현대, 기아의 위치는 어디쯤인지였다.

국내차로는 주로 중소형차인 기아 모닝, 니로, 현대 투싼, 유럽에서만 생산된다는 i20를 많이 본 거 같다.

작년인가 기아가 단종한 스팅어도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BMW나 벤츠는 대체로 엔트리 모델을 많이 본 거 같다.

랜드로버 디펜더 등 올드카도 많이 돌아다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스톡홀름 거리의 올드카. 아마도 1970년대 볼보일 듯.
랜드로버 디펜더 구형 모델

찾아보니 2021년 스웨덴 498만6천750대 등록차량(승용차) 기준 1위는 당연히 볼보(106만3천490대)였다. 점유율은 21.3%로 대략 5대 중 1대인 셈이다.

이어 2위 폭스바겐(63만9천273대), 3위 토요타(36만7천530대), 4위 BMW(24만5천607대)였다.

눈에 띄는 건 24만5천607대로 5위를 차지한 기아였다.

현대(13만264대, 13위)를 포함하면 37만대가 넘는데 3위 토요타보다 많은 수였다.

그외 아우디(23만9천763대), 포드(22만543대), 스코다(20만6천122대), 벤츠(19만3천789대), 르노(19만3천789대), 푸조(15만9천430대) 순이었다.

파산 12년 차를 맞은 사브도 13만5천983대로 여전히 운행 중이었다. (출처 http://mobilitysweden.se)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2035년부터 27개 회원국에서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앞으로 12년 남았는데 현재 얼마나 많은 전기차가 굴러다니는지 궁금했다.

예전 스웨덴 인접국인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가 테슬라의 모델3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노르웨이는 자동차 제조국이 아니라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겠지만 스웨덴 전기차 종류와 점유율도 무척 궁금했다.

테슬라 소액 주주라서 그런지 유독 테슬라 차량이 많이 보였다.

특히 테슬라S, X 등 고급 기종이 많아 흥미로웠다.

요금이 비싸기로 유명한 스웨덴 택시는 테슬라S나 벤츠를 많이 채택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오닉5나 기아 EV6는 잘 못 본 것 같다.

테슬라 모델S 택시

통계를 찾아보니 2021년 등록 승용차 498만6천759대 중 2.2%인 11만177대가 순수 전기차였다.

전기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포함하면 9.1%까지 수치가 올라갔다.

재미있는 건 지난해 스웨덴에서 새로 등록된 승용차는 28만8천87대로 2021년 30만1천6대보다 4.3% 감소했는데 전기차 신규 등록은 2022년 전체의 33%인 9만5천35대로 2021년 19.1%였던 5만7천473대보다 비율이나 등록 대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2021년까지 등록 전기차 수가 11만177대였는데 불과 2년 사이 이를 훌쩍 뛰어넘는 15만2천508대의 전기차가 추가로 등록된 셈이다.

특히 2017년 1만1천34대였던 전기차는 4년 뒤인 2021년 11만177대로 10배가량 폭증했다.

확실히 전기차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2022년 스웨덴 신규 자동차 등록 현황 (http://mobilitysweden.se)

그러면 스웨덴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무엇일까.

볼보는 아니었다.

폭스바겐의 ID.4가 1만5천512대로 1위였다.

놀랍게도 기아의 니로가 근소한 차이인 1만5천274대로 2위를 차지했다.

테슬라 모델3가 1만4천697대로 3위였고

주행거리가 짧아서 '마트용'이라는 국내 평가를 받았던 닛산 리프가 1만1천680대가 4위였다.

5위 모델Y(9천621대)에 이어 XC40 P8이 9천167대로 겨우 볼보 이름값을 했다.

르노 조에(ZOE) 9천145대, 폴스타2(POLESTAR2) 8천420대, 폭스바겐 ID.3 8천218대, 아우디 E-TRON이 7천990대로 10위 턱걸이를 했다.(출처 www.elbilsstatistik.se)

폴스타2, 폭스바겐 ID.3, 기아 니로

브랜드 전체로 보면 테슬라 2만4천318대, 폭스바겐 2만3천730대로 빅2 그룹이었고

500여대 차이로 테슬라가 지난해 스웨덴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렸다.

10위권에 들지 않은 다른 차종까지 포함하면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것만 보면 노르웨이에 이어 스웨덴에서도 테슬라의 인기는 여전하다고 봐야 할 거 같았다.

테슬라 모델Y
2022년 스웨덴 전기차 판매량 톱10 (http://www.elbilsstatistik.se)

스웨덴은 지난해 11월 전기차 보조금이 끊겼다.

이 때문에 올해 전기차 판매량과 테슬라의 가격 인하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도 보인다.

전기차 보조금이 우리 돈으로 1천만원가량이어서 전기차 판매가 감소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다겐스 니히터와 모빌리티 스웨덴(Mobility Sweden)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스웨덴의 신차 등록에서 전기자동차가 1위를 차지했다.

스웨덴 소비자들이 보조금 없이도 비싼 전기차를 산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눈길을 끄는 건 지난 3월 스웨덴 신차 등록 현황에서 순수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Y가 3202대 팔려 다른 내연기관 차를 제치고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고 모델3를 포함한 테슬라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폭스바겐 전기차인 ID3, ID4가 한 번씩 월별 최고 판매량을 찍은 적이 있었지만 테슬라처럼 순수 전기차 브랜드가 월별 자동차 등록 통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테슬라 모델Y는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 전체에서 올해 1/4분기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주가는 안 오르냐고ㅠ)

2023년 3월 스웨덴 신차 등록 현황. 테슬라 모델Y가 압도적이다. 기아차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사진=Dagens Nyheter)

2030년까지 전기차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볼보는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다소 고전하고 있는 듯하다.

전기차로는 XC40, C40이 주력이다.

지난해 XC40의 쿠페형인 C40을 선보였는데 두 모델 차이는 잘 모르겠다.

XC90 버전의 전기차인 EX90 시판은 2023년 말 혹은 2024년에야 시작될 듯하다.

볼보 전기차의 경쟁차인 테슬라가 올해 들어 수차례 가격인하를 했음에도 볼보는 덩달아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을 보였고 최근 볼보 CEO는 테슬라와의 기술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인지 그럴 만한 저력이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3년 내에 예테보리(Gothenburg)에 볼보와 Northvolt의 배터리 제조 공장이 완공되면 볼보 전기차 생산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볼보는 2025년까지 판매량 70% 상승(그중 절반은 전기차)을 선언했는데 전기차 판매만 본다면 갈 길이 멀다.

'안전에는 옵션이 없다'는 볼보가 만드는 전기차는 뭔가 다를까?

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볼보 자매회사인 폴스타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해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그리고 거리 주차장 곳곳에 접근성 좋은 전기차 충전 시설이 많아 인상적이었다.

스웨덴 전기차 충전 시설은 스톡홀름에만 4천521곳을 포함해 총 1만8천곳에 육박한다고 한다.

2017년 2천여곳 정도이던 것이 5년여만에 9배가량 늘었다.

그중 테슬라 슈퍼차저는 2023년 3월 현재 66곳이다.

스웨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급격히 점유율을 넓혀가는 이면에는 이 같은 충전 인프라가 있었다.

스톡홀름 함마비(hammarby) 도로변의 전기차 충전 모습

스웨덴에서 선전하는 현대 기아차가 출시할 전기차 아이오닉6과 수소전기차 N비전 74도 얼마만큼의 관심과 판매로 이어질지 기대된다.

(N비전 74는 현대의 첫 양산차인 포니 디자인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괜찮은 것 같다.)

소액주주로서 전기차 메이커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테슬라 역시 혁신과 신기술 개발을 거듭하고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 풀셀프드라이빙(FSD)을 빨리 선보여주기를 바란다.

현대자동차의 수소 하이브리드 기술이 적용된 레트로-퓨처 컨셉트카 N Vision 74 (출처 현대차 홈페이지)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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