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이 만큼 생각합니다
난 케이크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집에서는 가족 구성원 3명의 생일이면 그럴싸한 선물은 못해주어도, 늘 동그란 케이크를 사서 촛불을 후 불며 축하를 해줬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내 생일, 남편의 생일에는 조촐한 케이크 세레모니만 하게 되고,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들의 생일을 더 성대하게 챙기게 되었다.
아이의 첫 번째 생일에는 내 생일에는 가본 적도 없는 63 빌딩 프랑스 요리 식당에서 양가 어른들과 함께 식사를 했고, 유치원에 다닐 때는 친구들을 불러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그럴싸하게 가렌다와 풍선으로 벽을 꾸미고, 화려한 '생파'도 몇 번 열었다. 우리 아들의 생일을 축하해줘서 고맙다는 소정의 답례품 같은 것도 준비한 적 있으며, 친구들을 불러서 파티를 해주거나, 뭐 원하는 선물을 꼭 사주거나 했던 것 같다.
생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하다 보니, 너무 아이 위주의 삶만 산건 아닌가 싶다. 집에서 오래 우리 집 어린이와 묶여있다는 핑계로 주변 지인들의 생일도
잘 챙기지 못했다. 나의 친정엄마는 매년 새로운 달력을 받으면, 연례행사처럼 당신이 챙겨야 할 모든 가족, 지인들의 생일을 다 표시해 놓는다. 값비싼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일에 연락해서
안부를 묻고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나는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은 엄마의 소소한 생일 축하 의식이 참 대단하게 느껴진다.
서로의 생일을 챙긴다는 것은 '내가 당신을 이 만큼 생각하고 있어요.' 라는 애정의 표시인 것 같다.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요즘 같은 비대면 시대에, 스타벅스 커피 쿠폰 한 잔을 보낼까 세트로 보낼까 고민하기보다는 '생일 축하'라는 명분 아래, 지인들의 근황과 안부를 묻는 애정 어린 전화 한 통이 어쩌면, 더 소중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나도 이제부터라도,
나 살기 바쁘다고, 등한시했던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살아봐야겠다. 갑자기 안 하던 짓 한다고 친구들이 어색해하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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