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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서 손바닥만 한 땅을 일궈 옥수수 열 개, 고추 세 개, 가지 셋 이렇게 키웠습니다. 워낙 좁은 땅이라 저는 손바닥만 하다고 하지만, 돌아가신, 직설적 표현을 좋아하신 모친이라면 ‘메뚜기 마빡만 하다’고 하셨을 겁니다.
이 작디작은 땅이나마 가꾸는 일이 시골 생활에 서툰 처지에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잡풀이 생겨 뽑아야 하는데 며칠 게으름을 피우면 금세 무성해져 두 손에 힘을 줘도 잘 뽑히지 않습니다. 서툴게 낫질하다가 발등을 찍기도 합니다. 그냥 두기도 그렇고, 뭘 심어도 그런, 감당하기 힘든 나만의 작은 영토.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읽습니다.
사하라 사막 한구석에 보루를 쌓아놓고 ‘영토’를 지키는 소수의 병력. 일 년에 찾아오는 사람은 서너 사람에 불과하고, 그나마 길을 일은 여행자에 불과합니다. 사방 수백 Km에는 사람 그림자도 없습니다. 뜨거운 열풍과 모래바람 그리고 한밤의 달과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전부입니다. 보루에 머무는 열댓 명의 병력에게는 절대 고독이라는 말도 사치에 불과합니다.
그곳에는 사령관이 있습니다. 말이 사령관이지 계급은 민망할 정도로 낮습니다. 그래도 어엿한 사령관입니다. 그는 드물게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자신의 ‘농장’을 보여줍니다. 무려 4,000Km 떨어진 고향에서 비행기로 공수해 온 흙 세 상자. 거기에 심은, 잎사귀가 세 개 생겨난 식물. 이게 사령관의 농장입니다. 모래바람이 불어올 조짐이 보이면 제일 먼저 농장을 잽싸게 지하실로 옮겨서 안전하게 보관합니다. 사령관뿐 아니라 이곳 병사들에게도 이 농장은 절대적입니다. 거의 신성시합니다. 사막에서 일 년 열두 달 지내도록 이만한 살아있는 푸른 식물을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령관의 농장을 떠올리자 나의 텃밭, 나의 ‘농장’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죽으면 이 정도의 땅도 차지하지 못할 겁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넓이. 광활해야만 대지가 아니라는 사실.
내가 살아온 땅. 내가 이때껏 밟아온 땅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걸을 때마다 땅의 고마운 마음을 가질 겁니다. 얼마나 더 밟을지 모르지만.
교수를 그만두고 자연 속에서 산책하며 힘들게 저술 활동을 이어갔던 니체 씨. 당신은 당신이 걸었던 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감사? 혹은 저주?
그나저나 땅의 고마움, 하늘의 고마움은커녕 바쁘고, 여유를 잃고 사는 우리 시대의 모든 니체 씨들! 당신은 오늘 안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