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 Pul Jan 09. 2024

니체 씨, 오늘은 안녕한가요? _ 타인

# 16  - 타인을 대하는 방식

# 16 


– 타인을 대하는 방식     


 스위스에서 생활한 니체 씨는 물론 이백 년 후의 지금 사람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이겠지만(요즘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더더욱), 우리 때는 간첩 신고 교육을 자주 받았습니다. 북한 공산 괴뢰가 몰래 내려보낸 간첩을 신고하라는 것이지요.     


 - 산에서 낚싯대를 들고 내려오는 사람

 - 아침 일찍 산에서 구겨지고 이슬에 젖은 옷을 입고 내려오는 사람

 - 밤늦게 북괴 방송을 듣거나 쯔쯔돈돈 소리를 내며 무전을 치는 사람

 - 국군 장교복에 농구화를 신은 사람

 -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가 화장실에 들어가 옷을 바꿔 입고 나오는 사람

 - 심한 이북 말을 쓰는 사람

 - 담배나 소주 등 물건값을 잘 모르는 사람     


 마을의 버스 정류장이나 읍내 버스 차부(터미널), 공중화장실, 면사무소나 학교 담벼락에 이런 문구를 인쇄해서 붙이기도 했습니다.

 북괴 방송을 듣거나 밤에 몰래 무전을 치는 사람은 뒷마당에 빨랫줄을 길게 늘어뜨려서 안테나 대신 사용하므로 빨랫줄만 잘 봐도 간첩을 잡을 수 있다는 친절한 안내문도 덧붙이기도 했지요.

 이 모두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인데, 도서관에서 1960년대 사진집을 뒤적이다가 이 글귀가 적힌 벽보 사진을 보며 잠시 옛 생각을 했습니다.     


 가만히 되씹어 보니 어쩌면 이것이 과거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낯선 사람은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이런 교육을 받았던 것이고, 이것이 은연 중에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 되지 않았을까.     

 내용만 달라졌을 뿐 타인을 대하는 방식은 시대가 흐르면서 오히려 더 완강해진 것 같습니다. 소위 선진국인데. K 컬쳐니 뭐니 문화강국이라고 하면서.


- 모르는 사람이 과자를 사주면 절대 받지도 말고 먹지도 말라.

- 낯선 사람이 어디로 가자고 하면 절대 따라가서는 안 된다.

낯선 사람이 도와달라고 해도 마찬가지.

- 예쁘다며 몸을 함부로 만지려 하면, 안된다고 소리치고 파출소에 가서 신고하거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라.


 내가 악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악해서 그런다고, 틀린 말 하나 없다고 해도 이게 우리 시대에 타인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의심하라. 함부로 다가가거나, 다가오게 하자 미라. 이런 게 결국 세상으로부터 나를 고립시키는 건데, 그래 놓고는 외롭다고 하소연합니다.     

 

니체 씨. 우리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까요? 

 세상 흐름에 따르지 말아라, 네 자신의 의지 대로 살아라, 편안함보다 위태로움을 택하라 등등 여러 주장을 외친 니체 씨이니까 뭔가 해답이 가지고 있을 듯해서 물어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니체 씨, 오늘은 안녕하신가요? _ 태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