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읍보다는 오히려 홍천쪽에 가까운, 골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한 마을은 채 씨 집성촌이다.
한 부부가 화전을 일구고 살았다. 돌을 골라내고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지었다. 워낙 열심이어서 소출이 적지 않아 풍족하게 살았으나 자식이 없는 게 탈이었다.
어느 날 밭을 매다가 힘이 들어 나무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앞의 냇가에 있는 바위가 그날따라 아이를 업고 있는 아낙네 모양으로 보이는 거라. 부부는 신이 사인을 준 것이라며 매일 밭일을 시작하기 전에 바위 앞에 서서 치성을 드렸으나 한 해, 두 해가 지나도 아기 소식은 없었다.
유난히 더운 날, 땀을 많이 흘린 부부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겠다, 옷을 홀랑 벗고 물에 몸을 담궜다. 시원한 중에 바위를 보니 이번엔 부부가 운우지정을 나누는 모습으로 보이는 게 아닌가. 아아! 이 년 전에 사인을 잘못 읽었구나 싶은 부부는 환한 대낮에 고된 농사일보다 더 힘들게 일을 치렀고, 임신이 됐다. 첫 아이를 낳고 내리 일곱 형제를 낳아 얼마 안 되어 그곳은 채 씨 집성촌이 되었다. 그 바위 이름이 누룩 바위다. 어찌 보면 누룩 쌓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
아이 낳지 못하는 부부들이 요즘도 찾아오지만, 소득 없이 쫓겨나기 일쑤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소용없고, 오직 부부가 바위 앞에서 그것도 훤한 대낮에 정을 나눠야 하는데 용기를 내서 그렇게 하려고 해도 채 씨들이 낫을 들고나와 가로막는 바람에 그러지 못한다.
채 씨들이 악착같이 훼방을 놓은 것은 자신들에게 떨어진 복이 사라질까 봐 그러는 것. 이 마을에선 ‘자식이 원수’라는 말을 하는 집이 단 한 곳도 없으니 그들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