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근무하던 사무실에는 외부로 통하는 베란다에 탕비실이 있었는데 직원들은 그곳에서 자주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다. 회사 건물은 오래되기도 했고 직원 수에 비하면 좁은 편이라 휴게 공간이 넉넉하지 않았는데 그 두 평 남짓한 여유 공간이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사내 흡연자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보통 하나의 단위업무를 끝내면 꼭 담배를 태우러 나가는 것 같은데 수다 타임도 비슷하다. 하나의 업무를 끝내면 어떤 환기가 필요한데 그럴 때는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동료와 잠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머릿속이 좀 정리된다. 일단 잠깐이라도 컴퓨터 앞을 떠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무실 안쪽은 꽤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해서 직원들이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일이 잘 없는데 둘셋씩 탕비실로 은근히 사라지고 나면 방음이 썩 좋지 않은 벽을 넘어 웃음소리가 사무실로 흘러들었다. 탕비실을 벗어나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음기를 싹 지우고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 모니터 뒤로 얼굴을 숨겼다.
탕비실에서는 일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들을 한다. 지난 주말에 있었던 행사, 어제 저녁에 본 드라마, 휴가 때 간 맛집. 탕비실에서는 직장인이 아닌 생활인으로서의 면모가 드러나고 그래서 조금은 서로를 가깝게 느끼게 된다. 옆 자리에 앉은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를 제공하는 이 탕비실이 너무 소중한데 요즘은 공간이 더 부족해져 별도의 탕비실도 잘 없다. 커피나 차를 타서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든다. 공용 직원휴게실은 어차피 삼삼오오 친한 사람들과 짝을 지어 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낯선 교류가 일어나기 어렵고.
사무실 답답하다. 나와 같이 탕비실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