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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풍뎅이 시인 Jun 26. 2018

에잇 투 파이브 정도면 괜찮아

유연한 근무


 부서에서 세 사람 정도가 유연근무에 들어간 것을 6개월가량 염탐했고, 드.디.어. 나도 하반기 유연근무를 신청했다. 7월부터는 하루 일과를 한 시간 앞당겨 8시 출근하고 5시에 퇴근한다. 퇴근 후에 뭔가 만족할 만한 일상을 보내고 싶은데 집에 도착하면 7시가 훌쩍 넘고, 요란스레 밥을 해 먹고, 널린 것들을 주섬주섬 정리하다 보면 유튜브 먹방 정도 시청할 수 있는 정신력만 남는다. 책 한 줄 읽기 싫다. 지겹게 일하며 번 돈으로 그저 배를 불리고 인터넷 쇼핑을 하고 또 그렇게 모인 것들을 끊임없이 정리하다 지쳐 잠드는 것이 인간의 삶인가 싶고 뭔 소용인가 싶고. 약간 지겨워진 것 같아 생각해 낸 변화다.


 우리 회사에서 운용되는 근무형태는 두 가지다. 나처럼 하루 8시간 근무를 고수하되 출퇴근 시간만 조정하는 시차출퇴근제와 하루 4시간 또는 6시간으로 아예 단축근무하는 시간선택제. 시간선택제는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보수가 지급되기 때문에 금전적인 타격이 매우 크기도 하고 부서에서도 시간선택제 근무자로 정원을 잡아먹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눈치를 많이 봐야 해서 거의 유명무실한 제도다.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모두가 꿈꾸는 근로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하루 4시간 정도만 일하여 고것만 쓰고도 여유롭게 사는 삶. 비현실적이다. 

 반면에 시차출퇴근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7시나 8시 또는 10시 출근을 선택할 수 있는데 사유는 다양하다. 육아, 대학원, 학원 등등. 나처럼 아무 이유가 없기도 하다. 아침시간에 자녀들의 등교를 챙기거나, 오후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을 일찍 픽업해야 하는 경우에 매우 유용한 것 같다. 야간 대학원을 다니는 사람, 자기계발을 위해 일찍 회사를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하다못해 아침잠이 많아 10시 출근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7시에 출근하고 4시에 퇴근하는 삶은 눈치가 보여 아직 꿈도 못 꾸지만, 해 본 사람 말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무엇을 할까. 5시에 퇴근하여 매일 꼬박 두 시간을 카페에 앉아 생각도 하고 책도 읽고 글을 쓰고 싶다. 그러다가 또 뭔가 갑자기 하고 싶어 배우러 다니거나 곧 그만 둘 것들을 공부하거나. 소소한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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