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10분 만에 중요한 깨달음을 얻다.
매주의 루틴 - 모닝페이퍼(매일), 아티스트데이트(1시간), 산책(20분×2회)
모닝페이퍼는 내 생각의 정리 도구이기도 하고, 새로운 생각의 시작점이기도 하고, 잡담을 늘어놓는 공간이기도 하다. 첫 노트를 거의 다 써가서, 6주차가 끝나기 전에 새로운 노트를 준비해야할 것 같다.
아티스트데이트로 퇴근 후 가까운 소규모 박물관에 들렀다. 역사 박물관이라서 근방 지역의 역사와 관련된 새로운 점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너무 작은 곳이라 인적이 드물 것 같아서 조금 용기를 내어 들른 곳인데, 아이들과 방문한 사람들이 몇몇 있어서 편하게 구경했다. 박물관에 있는 것들은 와우(게임)의 고고학을 연상시켰다. 그것들을 발견했을 사람, 언제의 어떤 물건인지 연구했을 사람, 옮겨왔을 사람, 이렇게 꾸며놓고 설명을 달았을 사람, 그리고 현재 이것을 해설하고 관리하는 사람 등 엄청 많은 사람들이 이 작은 박물관에 엮여있을거라 생각하니,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들이 참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가 본 세상만이 전부인 것처럼 느끼지만, 내 울타리 밖의 세상이 얼마나 크고 넓은 것인지.
이번 주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산책의 가치였다. 산책을 할 때는 여유로워지고 평소에 보지 않던 것도 눈여겨 보게 된다. 그리고 요즘처럼 끊임없이 무언가를 듣거나 보거나 하는 인생에, 걸으면서 조금씩 바뀌는 내 주변을 구경하며 발닿는 데로 길을 정해보는 자적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16~18세의 삶을 회고했다.
직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 불이 붙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학교라는 기관에 대한 내면의 갈등이 극대화되었던 때이기도 하다.
그 즈음 인터넷은 하교 후의 일상이 되었는데, 당시에 음악 스트리밍은 무료였고 온라인 음악차트와 장르별 신곡 리스트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어 음악을 듣는 폭이 넓어졌다. 2001년 자우림의 <Jaurim True Live> 앨범이 제일 기억 난다. 벌레, 욕, 뱀, 이런 노래들은 지금 들어도 매력있다.
나의 주를 이루는 성격들이 명확해진 시기인 것 같기도 하다. 학창시절인만큼 많은 친구들과의 각종 추억들이 엄청나지만, 그런 와중에도 특별히 나와 잘맞는 친구가 있다고 느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냥 다들 착했고, 원만했고, 즐거웠고, 좋았던 기억이다.
내적 갈등에 대한 방어책으로 셀프코칭을 했다.
내적 갈등은 창조성을 좌절시키고 트집을 잡는 것이다. 이에 대한 최고의 방어책인 긍정적인 행동으로 '셀프코칭'을 골라, 모닝페이퍼를 사흘 정도 휘어잡은 주제에 대해 말끔히 정리를 했다. 물론 계획을 실행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머리 속에 헝클어져있던 지지부진한 투잡에 대한 정리를 조금 할 수 있었다. 방향을 확실히 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참고할 책들을 몇 권 빌려왔다.
아하: 겉보기에는 난데없이 불쑥 떠오르는 것 같은 통찰이나 깨달음
이번 주 첫번째 산책 중에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왜 은퇴 후에도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
은퇴는 쉬는 삶, 노는 삶을 누리기 위한 선택인데, 자꾸 뭘 해내려고 한다. 그냥 하려고 하는게 아니다. '해내려고' 한다. 그러니 그것에 대비를 하려면 한두 해 안에는 하나의 방향을 정해야겠고, 그 분야의 기본부터 쌓아가야 했던 것이다. 산책 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은퇴를 이미 했는데, 왜 또 뭘 잘해야 하는건데? 왜 금전적인 이득을 볼 정도로 잘하고 싶은건데?
그리고 이미 난 일상을 바쁘게 꽉 채워 살고 있다. 여기서 은퇴 뒤를 위해 뭘 더 하지 않는다고해서, 의지가 없다거나 간절히 원하는게 아니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비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너무 가학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그 마음을 놓기로 했다. 잘하려는 마음, 이득을 보려는 마음을 버리기로 했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으면, 그냥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 된다. 은퇴 후의 나는 시간이 많다. 다 해볼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한 후, '그래서 용돈벌이로는 뭘 할래?'라고 다시 자문했을 때, 몇 년간 생각하고 있지 않던 직업이 떠올랐다. 몇 년 전에 몇 달 간 재미있게 했었던 커리어컨설팅,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동시성: 바로 그 곳에, 마침 그 때에, 우연히 있는 듯 보이는 것
과제로 재미있어 보이는 다섯 개의 가상 인생을 묘사하고 하나를 선택해서 한걸음 내디딜 발판을 알아보았다. 나는 일러스트레이터, 작곡가, 취업강사, 백수, 마리오네트 인형극장 운영자의 인생을 써내려갔다. 그리고 이 주변에 인형극이나 인형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있나 알아보던 중 마침 9월 초에 춘천에서 인형극제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춘천은 시댁이 있어 종종 간다! 아쉽게도 올해 인형극제는 일정 상 못가보겠지만 내년에 춘천의 인형극박물관에 가볼 예정이다. (현재는 공사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