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생각하고 유대를 기억하다.
매주의 루틴 - 모닝페이퍼(매일), 아티스트데이트(1시간), 산책(20분×2회)
아티스트데이트 세번째 장소는 양재꽃시장이다. 꽃꽂이나 식물 키우기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꽃은 그냥 좋고 예쁘니 한 번 가본다. 식탁 화분에 꽂을 꽃을 사올까 했는데, 작은 허브 화분을 사오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었다. 주말 오전 일찍 갔는데도 푹푹 찌는 날이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후각을 거의 잃은 상태였지만 처음 지하로 들어갔을 때 살짝의 꽃향기는 느낄 수 있었다. 피어있는 꽃들을 구경하고, 그 다음에는 온실로 가서 화분을 구경했다. 그리고 스피아민트 화분을 사왔다. 도자기 화분 파는 곳도 있는지 더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이미 너무 더위에 절여져있어서, 다음 데이트 일정을 기약하고 마무리했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산책은 당분간 루틴에 끼울 수가 없을 것 같다.
10~12세의 삶을 회고했다.
3주차의 테마는 '유대감 되살리기'였는데, 실제 이 시기의 나에게는 인간관계가 큰 고난으로 다가왔었다. 시골 전학으로 인해 학교는 버스를 타야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고, 입이 거칠고 다소 드세 보이는 아이들, 선생님과의 긴밀한 친목은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다. 나는 50여명의 '반' 아이들 사이에서 존재감 없이 친한 친구들과만 어울리는 아이였고 또 그게 익숙했는데, 한 '학년'이 20명 남짓인 곳에서는 절대 그렇게 지낼 수가 없었다.
적은 학생수 덕에 각종 백일장, 수학경시대회 등의 성과를 얻은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4~6학년이 모두 참여하는 기악합주대회 연습이나 동네 잔치에 가까운 운동회를 위해 연습해야했던 농악, 행진, 포크댄스, 부채춤 등도 그렇다. (Alte Kameraden라는 합주곡명도 찾아냈다.) 그 때 배운 아코디언, 장구 등등 재미있었던 기억이다. 또 시골이라고 교육 지원이 더 많았는지 도시에 비해 쉽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보글보글, 페르시아왕자 등의 게임과 빠른 타자도 익혔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흙에서 노는 경험이었다. 밭두렁이고 언덕 기슭이고 직접 가보고 굴러보고, 강아지와 뛰어놀고, 그런게 하나의 놀이가 되었던 시기였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함께 연습하고 성취하는 그 기분의 잔상이 계속 남는다. 시민 오케스트라 같은 것이 궁금해져서, 그 옛날에 인기있었던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왓챠로 볼까한다.
내가 선택한 관계의 중요성을 인지했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외로웠던 때와 다른 사람과 가장 친밀했던 때에 대한 글을 적어보았다. 그리고 인생에서 각기 다른 시기에 나에게 지지를 보내주었던 다섯 사람을 적어보았다. 친밀감을 느끼는 때는 회사처럼 우연히 주어진 환경에서 좋은 관계를 형성할 때였고, 가장 큰 외로움을 주는 때는 내가 선택한 관계가 무너졌을 때였다. 어떤 관계이건 상관 없이 누군가에게 지지받는 것은 항상 감사하고 힘이 되는 기억이다.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아낌없이 지지하고 이것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하: 겉보기에는 난데없이 불쑥 떠오르는 것 같은 통찰이나 깨달음
모닝페이퍼를 쓸 때 부정적인 글을 쓰게 될 때도 있는데, 이 때의 나는 마치 로봇 같다. 분명 슬프거나 기분 나쁠만한 기억을 상기하거나 그런 장면을 상상하고 있는데도, 내 감정은 움직이지 않는다. 손으로는 열심히 토해내고 있는데 내 감정 회로들은 미동도 없는 느낌이다. 자다 깨서 아직 비몽사몽이라 그런걸까? 정말 감정이 나를 스쳐서 지나가기만 하는 느낌이다. 지난 주에 '아침 시작부터 이렇게 부정적이어서 하루가 어떻게 되려나' 했던 것이 정말 필요없는 걱정인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 부정적인 감정을 아침에 이렇게 다 쏟아내고 그대로 보내버릴 수 있다면, 모닝페이퍼는 기가막힌 도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성: 바로 그 곳에, 마침 그 때에, 우연히 있는 듯 보이는 것
갑자기 잡힌 외근이 있어 출근 시간대에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향하는 길. "빨리 가셔야하죠?"라는 기사님의 질문에 "여유 있게 나와서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택시는 유턴을 하였고 양재꽃시장(!)으로 들어갔다. 나를 시장 안에서 태운걸로 해서 주차비를 내지 않고 다른 출구로 나가면 5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기사님의 후속 설명이었다. 다녀간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익숙한 광경에 미소가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