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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쁜 그미 Jul 19. 2024

새로운 나를 찾는 1주차의 기록

매일 조금씩 변하는 나를 발견하다.

매주의 루틴을 만들었다 - 모닝페이퍼(매일), 아티스트데이트(1시간), 산책(20분×2회)

아침에 세 쪽의 글을 끄적이기 위해 1시간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 몇 일 간은 머릿속이 모닝페이퍼로 가득해서 '뭘 쓰게 될까'하는 생각으로 꽉 찼는데, 몇 일 지나니 아무 생각 없이 노트 앞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일상적으로 하지 않을만한 생각들이 펼쳐지기 시작하면 노트를 덮은 후에도 생각이 지속되기도 했고, 그 동안 미루어 두었던 사소한 일들이 생각나서 그런 것들을 해치우기도 하는 한 주를 보냈다.

혼자 하는 탐험 놀이인 아티스트데이트의 첫 시작은 동네 도서관이었다. 이사 온지 세 달째라 아직 낯선 곳이었다. 각 층마다 무엇이 있는지 샅샅이 구경하고, 어린이 열람실에 들러 내가 읽을만한 원서 시리즈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다음 주는 일정이 많아 데이트 약속을 잡는게 정말 쉽지 않지만, 가까운 미술관에 가볼 계획이다.

산책은 즐겨하지 않던 활동이라, 숙제를 해치우듯 했다. 회사 점심시간을 활용했는데, 휴대전화 없이 나가는 것이 조건이라 첫 날엔 손이 너무나 허전하게 느껴졌다. 사무실 주변에 생각보다 산책하는 직장인들이 꽤 보였고, 어느 덧 매미들이 큰 소리로 울어대는 시기가 다가왔음을 느꼈다. 빗길을 걷고 싶다 생각하던 중 마침 비가 적당히 오는 날이 있어 두번째 산책은 우산을 들고 조금 더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다.  



6세까지의 삶을 회고했다.

삶을 회고하는 10가지 질문에 답하는 중, 뭔가 내 안에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 정도의 질문에 엑스표를 쳐버리고, 기억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작가의 권장에 따라, 질문을 매일 한 번씩 훑어 보았다. 기억은 조금씩 되살아났고, 좋은 기억도 떠올랐다. 단답은 문장이 되었고, 당시의 장면을 회상하는 묘사가 덧붙게 되었다. 그리고 문득, 태어난 병원에 가서 좀 앉아있다가 오는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를 회상하는 과정에서 동화 테이프, 언니오빠들의 노래 테이프, LP가 떠올랐다. 그렇지만 6세 이전에 들었을 노래들은 아무래도 기억이 안나는게 아닌가 싶다. 정확한 나이를 불문하고 회상해보았을 때, 그 시절 가장 생각나는 첫 노래는 놀랍게도 동요가 아니라 London Boys의 Harlem Desire이다. 1987년 발매되어 1989년 영국 싱글 차트에 몇 주간 올랐었다고 한다. 당시의 나를 춤추게 했던 노래로, 제목은 당연히 모르고 살다가 예전에 라디오에서 들어서 알게되었다. Whitney Houston의 I wanna dance with somebody(1987)도 기억에 함께 존재하는데, LP인지 테입인지에 같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



'스티키'의 프로필을 작성했다.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목소리의 프로필을 상상하여 만들었다. 이름도 짓고, 그림도 그렸다. 뭔가 끈적-하니 내 삶에 늘어붙어 귀여운듯 사악하게 웃으며 나의 의지를 꺾는 잔소리꾼이다. 미동도 없이 말 만으로 내 용기와 자신감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묘하게 귀엽다, 나쁜놈.



오랜만에 고전 소설을 빌렸다.

나 자신을 위한 친절한 행동을 세 가지 리스트업 한 후 한 가지를 실행했다. 나는 책도 영화도 고전을 좋아하는데, 학급문고에 꽂혀있던 청소년용 서양고전을 연달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그 시작이다. 올해 이사 온 후로는 책 읽을 시간을 아예 만들지 못했어서, 고전이 그리워지는 나를 위해 '폭풍의 언덕'(1847)을 대출했다. 출판사가 다른 버전들이 여러 개라 고르면서부터 흥미진진했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어떤 분이 4개 출판사의 폭풍의 언덕 번역을 비교한 포스트가 있었는데, 내 스타일의 번역은 문학동네 책이었고, 확인해보니 다행히 그걸 빌려왔다! 선물이 따로 없군.



아하: 겉보기에는 난데없이 불쑥 떠오르는 것 같은 통찰이나 깨달음

모닝페이퍼를 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던 날이 있다. 좋아하는 일이 온전히 직업이 될 수는 없겠다는 생각. 직업이 되면 하기 싫은 부분도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니까. 그러니 차라리 잘할 수 있고 돈도 잘 버는 직업에 종사하되, 직업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점점 줄여가면서 늘어나는 내 개인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성: 바로 그 곳에, 마침 그 때에, 우연히 있는 듯 보이는 것

1주차에 두 번의 동시성을 경험했다.

첫째. 모닝페이퍼로 나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쓴 날이었다. 자연스레 나의 친구들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다 쓰고 휴대폰을 보니 뉴욕에 사는 친구에게 오랜만에 카톡이 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날 밤 늦게 온 메시지를 그제서야 본 것. 기분이 조금 묘했고, 이 연락이, 이 친구가, 새삼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둘째. 유튜브 비보티비 채널에서 송은이의 '한차로 가'에 장도연이 출연한 것을 보고 있었다. 두 분이 최근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무언가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효과로, 스스로 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오늘 하루가 괜찮았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두 분이 요즘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신나고 공감되고 또 잘하고 있다고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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