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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쁜 그미 Aug 09. 2024

새로운 나를 찾는 4주차의 기록

머릿 속 막연한 아이디어들을 현실에 비추어보다.

매주의 루틴 - 모닝페이퍼(매일), 아티스트데이트(1시간), 산책(20분×2회)

요즘 모닝페이퍼에 본격적으로 은퇴와 두번째 직업에 대한 고민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모닝페이퍼 루틴의 영향만은 아니고, 매주 과제로 수행한 이런 저런 끄적거림과 거기서 뻗은 생각의 가지들이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었다. 혼자 살며 조기 은퇴를 준비하던 옛 계획을 상기하면서, 신랑과 상의하여 은퇴 시점과 예산을 다시 계획해보았다. 그리고 경제활동이나 커리어 개발의 필요 없이 내가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인지 고뇌하기 시작했다. 이건 고민이 아니라, 고뇌다. 즐길 활동을 정하지 않고서 무턱대로 은퇴를 할 수는 없지않나 싶다. 그래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매주의 활동이 나를 정답으로 이끌어줄거라 믿고 있다.

아티스트데이트 네번째 장소는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화장품 회사 인사팀에 재직했을 당시 마케팅 부서 직무를 통해서였다. 그 후 성수동에 갔을 때 사람들이 줄 서있는 모습이나 벽에 붙어있는 홍보 포스터 등을 발견했지만, 나의 일상이나 커리어와는 관련이 없는 트렌드여서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문득 아티스트데이트를 통해 경험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미니언즈 팝업스토어에 갔다. 마음의 큰 일렁임 없이 생각보다도 일찍 나오게 되었지만... 다음 데이트를 기약해본다!

산책은 이번 주에도 더위를 핑계로 하지 않았는데, 책을 읽다가 뜨끔한 구절이 있었다.

"꾸준히 산책할 때 서서히 다가오는 낙관론 등, 영적 도구들이 은밀하게 제공하는 작은 정보"

12주간 아티스트웨이를 잘 따르기로 했다면 더위 따위는 변명거리가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에 퇴근 후 홈트하는 20분과 산책을 매주 2일만 맞바꾸기로 굳게 다짐해본다.



13~15세의 삶을 회고했다.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기억들이 샘솟았다. 읍에 있는 조금 더 큰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어울리는 친구들의 수와 다양성이 대폭 늘어나 나의 생활에도 활기가 더해졌다. 그 시절의 가장 큰 기쁨은 친구들과의 관계였다. 청소년 신문사 봉사활동, PC통신을 접하면서 인간관계는 학교 밖과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확장되었다. 아지트처럼 드나들었던 작은 책방이 있었고, 주인 언니도 너무 좋았다. 학교 밖의 동아리를 경험하고, 컴퓨터 자격증도 따보았다. 십자수에 빠져든 때도 있었고, 테디베어 등 손으로 만들어내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자잘한 컴퓨터 게임들과 오락실 펌프의 즐거움을 알게 되고, 저녁에는 항상 라디오를 들었다. 무수한 음악을 새롭게 알게 되고, 가사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때 스스로 끌려서 했던 여러 가지 활동들을 떠올리며 거기에 두번째 직업에 대한 힌트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남기고 싶은 유산을 상상해보았다.

다섯 가지의 문장을 완성하며 내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고 어떤 것을 남기고 싶은지 고민해보았다. 한 번도 고민해 본 적이 없는 부분이었지만 막연히 글, 그림, 음악, 조각, 조경 등 어떠한 표현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현재 회사 업무, 집안일, 건강 관리만 제대로 하는 사람이다. 그 외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아하: 겉보기에는 난데없이 불쑥 떠오르는 것 같은 통찰이나 깨달음

내가 진짜 그림이라는걸 그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그림은 금방 능숙해지지 않는다> 라는 책을 보았다. 번역이라는 직업은 어떨지 궁금해서 통번역대학원 입시 기출문제를 훑어보았고, 나무를 조각하는 것이 궁금해서 목공예 영상을 여럿 찾아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뭘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어리석다. 요즘 무얼하고 있는가, 무엇을 꾸준히 할 의지가 있는가가 중요했다. 나는 왜 그림을 꾸준히 그려보지 않는지, 왜 피아노를 꾸준히 연습하지 않는지, 자문했다. 도구는 사실 널려있다. 좋은 학습 자료도 인터넷에 '너무' 많다. 하지만 나는 언젠가 배울 생각만하거나 배우기만 하지, 혼자 꾸준히 해 볼 생각은 저 멀리 미래에 있고 그 미래는 언제나, '미래'였다. 현재가 되지 않았다. 고민이 고뇌가 되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데, 내가 진짜 원하는 활동이 맞긴 한걸까?



동시성: 바로 그 곳에, 마침 그 때에, 우연히 있는 듯 보이는 것

퇴근 후 요리를 하면서 유튜브 세바시 채널을 믹스재생 해두었다. 기버(Giver)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귀에 꽂혔다. 내가 누군가보다 무언가를 조금이라도 더 안다면, 나는 타인에게 이것을 나누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내가 작년부터 머릿속에 그려오던 사이드잡은 내 직무에 대한 지식 전달이었다. 나처럼 사수없이 고생하는 사람들을 돕고싶었다. 하지만 내가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해볼 생각은 아닌데 사업 모델로 시작하는게 맞는건지, 어떤 형태로 누구에게 전달을 해야하는건지 고민을 하는 흐름에 착 와닿는 단어였다. 고민할게 많다. 12주차가 되면 이것들이 다 정리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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