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하늘

by 이서연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둠이 드리워진 거리를 걸었다. 짙게 깔린 어둠 사이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일렁였다. 주위는 온통 고요했다. 아무런 소리도, 미동도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묵묵히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듯 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그 순간 자유로움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목성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날이 쌀쌀해질 무렵이면 또렷한 목성을 볼 수 있다. 목성을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아득한 기분이 들었다. 저 행성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지 그 거리가 가늠조차 안 갔다.


어렴풋하지만, 아주 오래전 외할머니와 봤던 밤하늘이 떠올랐다. 외할머니 집에는 옥상이 있었고, 초록색 바닥 위로 장독대들이 늘어서 있었다. 저녁을 먹고 나면 우리는 옥상으로 올라가 돗자리를 펴고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사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저 행복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게 현실인지 아닌지도 헷갈릴 만큼 오래된 기억이다.


지금도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그날의 공기가 스쳐 간다. 나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외할머니는 이제 곁에 없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건 지나간다. 오직 기억만을 남긴 채 그리움은 눈처럼 쌓여간다. 나는 오늘도 밤하늘을 바라본다. 모든 게 텅 빈 우주, 그곳이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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