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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연 Jan 22. 2024

겨울 밤하늘

하루 일과가 끝난 후 어둠이 드리워진 거리를 걸었다. 짙게 깔린 어둠 사이로 앙상한 나뭇가지가 일렁였다. 주위는 온통 고요했다. 아무런 소리도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묵묵히 제 갈 길을 갔다. 모든 게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셨다. 한껏 자유로움을 느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곳에는 목성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날이 쌀쌀해질 무렵이면 언제나 선명한 목성을 볼 수 있다. 목성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 행성이 이곳애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을지 그 거리가 가늠조차 안 갔다.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항상 아득한 기분이 든다.


어렴풋하지만 아주 어릴 적 외할머니와 밤하늘을 봤었던 것 같다. 외할머니 집에는 옥상이 있었는데 우리는 저녁을 먹고 난 뒤면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돗자리 위에 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사실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냥 행복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게 현실인지 아닌지도 헷갈릴 만큼 오래된 기억이다.


지금도 하늘을 볼 때면 언뜻 그날의 공기가 스쳐간다. 나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고 외할머니는 지금 곁에 없다. 시간은 흐르고 모든 건 지나간다. 오직 기억만을 남긴 채 그리움은 눈처럼 쌓여간다. 나는 오늘도 밤하늘을 바라본다. 모든 게 텅 빈 우주. 그곳이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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