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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밍 Apr 13. 2018

#81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 그 자체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포스터


 영화는 내내 감각적이고 사랑스럽다. 한 편의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음속 한 구석이 찜찜한 건 사실이었다. 엘라이자(샐리 호킨스)와 크리처(더그 존스)의 사랑이 잘 와닿지 않아서다. 한데, 생각해보면 그들의 사랑은 그들의 사랑인데, 내게 굳이 와닿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사실 그렇다. 사랑에는 서사 또한 필요하지 않다.  나와 정 반대인 사람을 만나도, 가장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 중 하나와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란 없다. 엘라이자와 크리처는 심지어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로 만났지만 서로 사랑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함께 도망갈 수 있을 만큼의 담대한 사랑을 하지 않았는가. 


이 작품을 통해 나는 사랑에 형태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는 사랑이 어떤 모습을 하게 될지 알지 못한다. 또한 우리는 어떤 것이 형태를 이루어 사랑이 될지 알지 못한다.
- 기예르모 델 토로, 씨네 21 인터뷰 중 


 개연성을 운운할 필요도 없다. '사랑의 감정선'이 착착 차례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의 사랑이 사랑이 아닌 것 또한 아니다. 그들이 한 거라고는 아침에 삶아온 계란을 함께 나눠먹고, 함께 음악을 듣고 인간의 수화를 가르쳐주었던 게 전부다. 그렇지만 어느 날 문득 들어오는 게 사랑이다. 이런저런 개연성과 당위성을 고려하기도 전에 사랑은 급작스럽고 세차게 다가온다. 


 심지어 엘라이자는 말을 할 수 없고, 크리처와도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둘은 사랑을 했다. 눈빛에 담긴 이야기를 잘 헤아리고, 서로의 작은 몸짓 하나도 읽어내려 했기 때문이다. 사실 사랑에 '말'은 가장 필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말을 안 해서 모르는 사람은 말을 해줘도 모른다고.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스틸컷


  쏟아져 나오는 사랑에 관한 영화나 드라마들, 노래들은 사랑이 얼마나 다양하게 존재하는지에 대한 증거다. 친절하게 붙여진 영화의 부제처럼, 사랑의 모양은 물의 형태와 같다. 그렇기에 엘라이자와 크리처와의 사랑을 깐깐하게 재단해서는 안된다. 나의 사랑들을 돌이켜보았을 때도, 언제나 사랑은 맥락이 없었다. 예측할 수도 없고 정해진 것도 아무 것도 없다. 그러니 그들의 사랑을 사랑 그 자체로 받아들여 주시라. 사랑에는 어떠한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당신의 형체를 감지할 수 없지만
어디에서든 당신을 찾을 수 없네
당신의 존재는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가슴을 겸손하게 만드네
당신은 어디에든 있으니까
- <셰이프 오브 워터> 중 마지막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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