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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것이프로젝트 Mar 25. 2019

우리 같이 넘어져요

< 월간 이것이 3월호 > 넘어지다(fall)


우리 같이 넘어져요


최근 바다에 넘어졌다. 진짜로 그런 것은 아니다. 카페에 모여 떠들던 와중에 누군가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표현을 헛디뎌 넘어진다고 말한 그 순간, 우리는 넘어진다는 말이 사랑을 표현하는 것에 얼마나 적합한지 감탄했다. 우리는 단순히 연인뿐만 아니라 워너원, 하얀 갱얼쥐, 마켓컬리와 같이 너무나도 많은 것들에 철푸덕하고 넘어지고 만다. 사랑은 늘 갑자기 찾아오고, 약간 느리게 가고 있던 걸음걸이를 송두리 채 뒤집어놓는 사건이다.


다만 넘어지는 일은 항상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무릎과 손바닥에는 상처가 남고, 원래 어떻게 걸었는지를 까맣게 잊어버릴 수도 있다. 가끔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깨질 때도 있다. 게다가 잘못 넘어졌다가는 절뚝거리며 오래도록 걸어가야 할 수도 있고, 넘어지며 외친 정체불명의 소리를 평생 부끄러워 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이 글을 읽으며 당신의 넘어짐들을 생각해보라. 분명 한 번쯤은 되돌릴 수 없을만큼 크게 넘어지며 무릎이 긁혔을 것이다.



<잘 넘어지는 법> 저자의 조언


그렇다면 잘 넘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2021년 발매 예정인 에세이 [잘 넘어지는 법]의 저자인 김종호는 그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 끝에 아래와 같은 지침을 소개하고 있다.


1) 안 부끄럽게 넘어지는 법은 세상에 없다. 최선을 다해 넘어지고 일어나라.

2) 넘어지고도 잘 걷기 위해서 넘어지기 전과 후에 걸음마다 힘주어 단단하게 걸어라.

3) 당신이 어떻게 걷는지에 대해 스스로 인지하고 습관에 대해 파악하고 기록하라.


결국 그는 이론의 마지막에서 애초에 넘어지지 않는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지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기 위해서는 평소에 잘 걷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할 뿐이다. 그는 기왕이면 둔근과 코어근육을 단련하여 엉덩이를 사용한 걷기를 습관화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넘어진다면 바다로, 가장 좋아하는 발걸음으로


북촌 어느 카페에서 우리는 2019년 어떻게 엉덩이를 사용하여 걸을지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이야기가 밀크티 사이로 오고 갔지만, 결국 삶의 규칙과 안정감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고 단단하고 포근하게 걷고 싶어 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았다. 누군가는 단편 만화를 그리려 하고, 누군가는 기상 시간을 확실하게 습관으로 만들고 싶고, 또 어떤 이는 용기 있는 결정 뒤에서 스스로를 다잡을 루틴들을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넘어질거라면 가장 자신이 좋아하는 발걸음으로 넘어지기 위하여. 


추신. 김종호 씨는 허구의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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