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군에 있는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10/100
오늘 '군사 우편' 스탬프가 찍혀 있는 네 편지를 받았다.
'군사 우편'이라는 글자만 봐도 소위 심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남북이 대치하고 의무적으로 군생활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 군대라는 조직 생활이 남자들에게는 남기는 의미는 상상 이상일 거야. 초등학생들의 예를 들어 보자. 그들에게 2박 3일 수학여행은 다만 2박 3일의 학습 경험으로 기억될까? 아마 그렇지 않을 거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면 뭐든 즐겁고 행복한 요즘 아이들이니 그들에게 주어진 3일은 6년이나 되는 학교생활 기억 중 최고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억에 남게 될 거야. 왜냐하면 대개의 사람들 기억이란 인상적이고 새로움으로 충만한 것들을 또렷하게 담아내기 마련이니까.
6년 중 특별한 3일의 기억이 이러할진대 우리 생애 최고의 젊은 날들에 새겨진 2년 가까운 군생활은 더 말해 무엇할까. 좋은 것으로든 나쁜 것으로든 그 시간들이 만들어 낸 젊은 날의 흔적들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 살게 될 거란다. 가끔은 친구와의 술자리 안줏감으로, 가끔은 아들 둔 부모들의 얘깃거리로, 그리고 아주 가끔은 젊은 날의 회상 속에서, 콩깍지 터지듯 툭! 툭! 튀어나와 네 주위를 굴러다니게 될 테지.
짐 스토벌이 쓴 소설 '최고의 유산 상속받기'는 재벌 할아버지가 유산을 물려줄 망나니 손자에게 다양한 고난을 겪도록 한다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단다. 소설은 사망한 할아버지의 부탁을 받은 그의 절친 변호사가 부유한 집안에서 함부로 자란 친구의 손자에게 12개의 과제를 통과하면 유산을 상속하겠다는 할아버지의 육성 테이프를 들려주면서 시작되는데, 12개의 과제란 주로 인내, 성실, 책임, 가난한 사람들의 삶, 고난 등에 관하여 생생하게 경험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에는 불만에 가득 차 과제 수행을 포기하려던 주인공은 한 단계, 한 단계 작은 성취를 이루며 내적인 마음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해. 그리고 드디어 그는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얻게 된단다.
고난이나 시련에 맞닥뜨린 사람들은 대개 그 상황을 회피하거나 소극적인 선택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된단다. 너도 군 입대를 앞두고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을 거야. 너뿐만 아니라 현재 군 복무 중인 젊은이들 대부분이 아마도 비슷한 생각을 했겠지. 왜냐하면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는 모든 젊은이에게 나름 인생의 고난으로 여겨지고 있는 현실이니까. 짐 스토벌은 주인공 손자의 말을 통해 고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어.
'진정한 즐거움은 고난을 극복하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고난을 안고 사는 법을 알 때 생긴다.'
너에게 지금의 군 생활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그래서 네 스스로 이겨내야 할 그런 종류의 고난일 거야. 아빠는 네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고난을 안고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몇 가지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소개하려고 해. 비록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부유한 부모님이 아니어서 네가 글을 읽고 이런저런 방법들을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너에게 돌아갈 경제적인 이득은 아무것도 없단다. 하지만 언젠가 네가 다시 아빠의 시간을 살게 되는 날 깨닫게 될 거야.
'나도 아빠로부터 최고의 유산을 상속받았구나!'
너의 군 생활도 입대를 결심하면서 시작되었듯이 모든 것은 마음의 준비로부터 시작돼. 그렇다면 고난과 어울려 즐겁게 살기 위해 너에게 필요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바로 '긍정하기'란다. '긍정하기'란 너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하여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거야. 얘를 들면 이런 거야. '오늘 청소를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 이런 마음이 들었다면 그 마음을 '집에서도 하지 않던 청소를 내가 하다니, 참 대견하군. 덕분에 깨끗해졌어.'처럼 바꿔 보자는 거야. 영화든 책이든 드라마든 이 세상의 온갖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장면에는, 그가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려는 주인공들의 태도가 필연적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렴. 그래서 신화가 있고 영웅담이 있고 용감한 시민이 있고 또 앞으로도 있을 거야. 너무 당연하고 뻔뻔한 이야기야. 그러나 그 당연하고 뻔뻔한 이야기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단다. '긍정하는 마음'이 그 자신의 삶을 분명히 더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 준다고 해도 말이다. 마치, 욕심을 버리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진리가 늘 외면당하듯이.
"음식을 잘 먹으려면 이가 튼튼해야 하고, 잘 걷기 위해서는 다리 근육이 튼튼해야 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항상 부드럽진 않으며, 우리가 가는 길이 늘 내리막 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방 접종의 원리를 생각해 보세요. 소량의 병균을 몸에 주입하여 우리 몸에 항체를 만들듯, 긴 인생을 살며 부딪히는 크고 작은 고난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는 일, 그 일이 바로 여러분의 군 생활입니다. 여러분은 쉽지 않은 인생의 항해에 맞설 항체를 튼튼하게 키우고 있는 거예요. 지금 바로 이 순간에요. 여러분 친구들은요? 아직 예방 접종을 맞지 않은 아이들과 같아요.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지 몰라요. 예방 주사는 앞줄에 서서 맞는 게 좋을까요? 뒷줄에 서서 맞는 게 좋을까요? 이미 맞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앞 줄에 서서 맞는 게 좋아요. 기다리는 동안의 공포는 최소한 면제되었잖아요. 축구에서 페널티킥도 먼저 차는 게 유리하다고 하지요? 여러분은 바로 이미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에요. 최소한 따끔한 고통은 이미 이겨낸 사람들이지요. 사회에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지 마세요. 오히려 위로해 주어야 해요. 물론, 먼저 전역한 친구들이 있다면 조금은 부러워해도 좋아요. 그러나 그들은 나보다 먼저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일 뿐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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