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구와 책임 사이의 모순. 그리고 사진처럼 초점 잃은 내 동공.
나는 종종 집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시켜 먹는다.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겠지만, 오늘 처음 주문한 카페에선 주문한 상품이 음료이기 때문에 넘치거나 얼음이 녹을까 염려되어 음료는 캔에, 얼음은 기존 테이크 아웃 컵에 따로 담아 보내주셨다.
그 광경을 처음 보고 내가 느낀 건 ‘사장님의 센스’였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니 ‘이중 포장’이었고, 결국 쓰레기를 하나 더 만들었다는 소심한 자괴감으로 귀결됐다. 나의 편의를 위해 지구가, 환경이 얼마나 희생하는지 알면서도 나는 편의를 위해 소비를 멈추지 못하는 모순적인 광경.
이미 인류가 사는 세상의 체계가 멋과 편의를 좋아하고, 그걸 지키기 위한 대가를 값싸게 취급하지만, 아무리 체계가 그렇게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나름의 대안을 만들어 살아가는 게 가치 있는 일이거늘. 뭐든 홀로 싸우고 지속하기엔 버거운 일 투성이인 세상에서, 1인 가구는 슬피 운다. 핑계라는 것을 알지만.
채식을 하면서도 남는 음식물 쓰레기에 좌절하던 지난해의 나는 어딜 가지 못하고, 여전히 멋이 깃든 쓰레기와, 편리가 최우선이 되어 만들어진 플라스틱과의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퍽 슬퍼지는 오후였다. 채식 식사를 6개월 정도 저버린 채 살았는데, 다시금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지키자고 스스로 다짐하게 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