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용서’의 무게에 대해 생각한다. 용서의 힘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용서하는 입장에 서는 건 큰 에너지와 힘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그리고 인류는 용서에 능하거나 익숙하지 않다. 때문에 때로 사랑보다 더 고되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용납이자 용서인 것 같다.
나는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할 만큼’ 미워해 본 경험이 몇 되지 않지만, 분노나 악의라는 걸 느낄 때마다 힘이 정말 세다고 느껴왔다. 때문에 늘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라고 생각했고, 결론은 늘 자포자기였다. 내가 힘을 덜 들일 수 있는 방향이 용서였기에, 나는 늘 용서를 택했던 것 같다.
여태껏 내가 누군가를 용서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생각했을 때, 나는 스스로를 용서해본 경험과, 타인으로부터 용서받아본 경험에서 나온다고 비로소 답할 수 있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을 때 다른 이의 빈틈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것밖에 안 되는 나를 감당해 준 얼굴을 떠올릴 때 나 또한 잘못한 이에게 용서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말이나 행동’으로 용서를 말해내지 못하더라도 그 존재를 떠올렸을 때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는 깜냥,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이 타오르는 경험에서 한 발짝 물러나며 그들의 안녕을 바랄 수 있는 견고함이 이제 내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용서는 결국, 자기 안에 확신과 견뎌낼 깜냥이 있는 이들이 해낼 수 있는 것 같다. 별 볼일 없는 나를 이해하려 노력했던 이들에겐 용서의 힘이 있고, 자족과 겸손이 있다. 자족함과 겸손은 인내함에서 비롯되고, 인내는 결국 성장과 새롭게 함을 남긴다. 새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 이에겐 늘 용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