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력

엄마작가

by 모녀작가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교육 방송을 봤다. 초등학생을 위한 과학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부력’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기억의 문이 활짝 열렸다.


딸이 유치원에 다니던 때였다. 아이는 교육 방송을 자주 보았다. 텔레비전 채널이 다양하지 않던 그때는 교육 방송이 어린이가 볼 수 있는 프로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그날도 아이는 간식을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리모컨으로 아이가 볼 수 있는 번호를 눌렀다.


교육 방송에서 과학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왔다. 집안일을 하면서 텔레비전 소리를 들어보니 부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배가 바닷물에 가라앉지 않고 뜨는 것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5살 딸아이는 간식도 먹지 않고 몰입해서 보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 재미있게 풀어내는 방식도 아니었다. 초등학생 중학년 정도라면 모를까.


과학책보다 이야기책을 더 좋아하는 딸아이가 재미있게 보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딸아이가 똑똑한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손에 낀 고무장갑을 살며시 벗고 조용히 옆에 앉았다. 혹시 아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야기해 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나도 집중에서 봤다. 사실 나는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런 나와는 다르게 과학 프로를 열심히 보는 어린 딸아이가 기특했다. 잠깐 딴생각을 하는 내게 말을 걸었다.


“엄마, 바다에 배가 왜 뜨는지 알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아이는 내게 말했다. 나는 드디어 5살인 딸아이가 초등학생도 설명하기 어려운 부력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니 감격해하며 아이보다 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엄마, 외갓집 앞에 바다가 있지?”

‘어, 갑자기 외갓집?’

“바다에 오징어 배 있지?”

‘오징어 배? 텔레비전에서는 오징어 배 이야기가 없었는데…….’

“오징어 잡으려고 배가 바닷물에 뜨는 거야”


대단한 사실을 알게 된 딸아이는 노래를 흥얼거리면 요플레를 떠먹었다. 끝내 아이의 입에선 부력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부력을 설명해 주는 것을 들으면서 오징어 배 불빛이 환했던 밤바다를 떠올린 딸아이였다. 역시 딸은 나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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