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집 S2. - 일, 돈, 그리고 시간
나는 취해있다. 내가 깨어있음을 지향하는 것은
내가 대부분 깨어있지 못함에 비롯한 것이다.
나는 깨어있음의 명료함을 원하지만
취해있음의 편안함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일에 취해 이 일이 가장 큰 사명인 양
전전긍긍하면서도 해내고,
술에 취해 인생 뭐 있냐며 웃고 떠들며 헤롱 대고,
사랑에 취해 이 사람이 아니면
세상의 의미를 잃어버릴 것인 양 사는
그 삶의 가벼움을, 익숙함을, 공유할 수 있음을..
차마 버리지 못하기에..
나는 깨어있길 원하면서도 대부분 취해있다.
늘 취해 있어라. 다른 건 상관없다.
그것만이 문제이다.
그대의 어깨를 눌러 땅바닥에 짓이기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무엇에 취하냐고?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마음대로 그저 취해 있어라.
그러다 이따금 궁전의 계단에서나,
도랑가 풀밭에서나,
그대 방의 적막한 고독 속에서 깨어나
취기가 반쯤 혹은 싹 가셨거든
바람에게나 새에게나 시계에게나 그 무엇이든
날아가거나 탄식하거나 흔들리거나
노래하거나 말하는 것에 물어보라
지금 무엇을 할 시간인지…
그러면 바람은, 물결은, 별은,
새는, 시계는 대답하리라.
“취할 시간이다! 취하라!"
시간의 고통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거든
쉼 없이 취하라!
술에든, 시에든, 미덕에든, 그대 원하는 것에.
- 샤를 보들레르 『취하라』
#취함 #슬픔 #지금 이 순간 #인정 #201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