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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듬 Oct 03. 2023

나의 조상은 원숭이(?)

그 많던 털은 어디로 간 걸까?


어렸을 때는 만화로 된 과학책 읽기를 좋아했는데, 당시 흥미로웠던 부분이 '진화론'이었다.  


책에선 최초의 인간은 약 300만 년 전에 생존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했다. 물론 현재는 많은 연구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현생 인류의 조상으로 인정되는지 아닌지의 논쟁은 있을 순 있지만, 20여 년 전엔 인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사피엔스, 지금의 인간까지 진화한 것이라고 배웠다. 


당시 삽화로 그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등이 굽고, 몸에는 털이 수북하게 나있었는데 이렇게 털이 많은 생명체가 인간의 조상이라니... 나의 할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끝도 없이 타고 올라가면 털 많은 조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어린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포유류에 속하는 인간은 왜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털이 적은 지, 그리고 일부에만 털이 남아있게 됐는지 궁금했다. 한 다큐멘터리에선 과거 인간이 낮에 수렵활동을 하면서 두꺼운 털을 가진 사람들은 더위에 취약했고, 털이 없는 인간들이 더 많이 살아남으면서 털이 적어진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또 시간을 거듭하면서 털이 많은 사람보다, 적은 사람이 더 많은 대를 이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을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정확하겐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대부분 솜털로 남아있게 되었으며 호르몬과 여러 다른 이유로 인해서 전신에 굵고 진한 털을 가진 사람은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나는 유전적인 이유로 털을 물려받게 되었지만 털이 많은 나조차 털이 많은 사람보단 적은 사람이 좋기 때문에 털 유전자는 점점 후대에 전달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퇴화되는 사랑니.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균형을 유지할 때 사용했던 꼬리뼈처럼 털도 미래엔 퇴화되고 없어지는 것 중에 하나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 아빠는 친구들한테 진화가 덜 된 사람이라고 놀림을 받았다곤 하는데... 정말 털의 쓰임새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딱히 떠오르진 않는다. 


오히려 미용에 방해가 되고, 아무리 털이 많다고 한들 한국의 겨울을 털만으로 나긴 힘들다. 털이 많은 나지만 추위를 많이 타며, 털이 없을 땐 땀이 더 많이 나는 것 같긴 했지만 그것도 기분 탓인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쓸모없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내 몸뚱이에 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론 사라지고, 미미하게 남아있는 털을 내가 유독 많이 물려받은 이유... 

몸에 열이 없고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열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털을 더 많이 물려받게 됐다거나, 글은 쓰고 싶은데 글감이 없어서 고민하는 나를 위해... 어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나에게 유니크한 특징하나를 남기게 된 건 아닐지.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보며 


쓸 모(毛)를 찾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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