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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듬 Oct 03. 2023

털 많으면 미인이라는데...

털이 많아서 고민이라고 하면


"털 많은 사람은 미인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라는 말이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인도 아니고, 그저 털만 많은 여자일 뿐이다. 


우선 이런 말은 왜 나오게 된 걸까? 이 말의 기원을 찾고 싶지만 딱히 정보가 많이 없는 것 같아서 나의 뇌피셜로 몇 가지 추측을 해봤다. 


첫 번째, 과거 정말 뭇남성들을 울리는 미인이 있었는데 실제로 털이 많아서 그런 이야기가 돌았을 것이다. 털이 많다는 것은 일단 남성 호르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똑한 콧날, 진한 눈썹, 중성적인 외모가 남녀불문 인기를 끌었지 않았을까. 


두 번째, 미인을 시기 질투하던 무리가 흠을 잡기 위해서 꾸며낸 말에서 말이 긍정적으로 바뀐 것이다. "저 사람 알고 보니 털이 많대."라고 누군가를 모함하려 했던 말이었지만, 그 말은 누군가에겐 호기심을 자극했을 수 있다. 미인인데 털이 많다? 정말일까? 과거에는 몸을 보이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 말이 사실인지는 당사자와 그녀를 만나는 연인만 알 수 있을터. 때문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말이 떠돌게 되었고, 결국은 미인은 털이 많다는 말로 구전이 된 게 아닐까.  


세 번째, 사실은 그 털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털이 아니라, 모나리자와는 다르게 진한 눈썹, 풍성한 속눈썹과 빽빽한 머리숱... 이것을 뜻하지 않았을까. 눈썹만 그려도 사람이 또렷해 보이는 것처럼 눈썹, 머리털이 많은 사람이 미인, 미남이라는 이야기가 돌지 않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세 번째 가설이 가장 유력하지 않나 싶은데.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이 말로 인해 어렸을 때는 많은 위로를 얻었다. 시계 줄에 털이 찝혀 눈물을 찔끔하고, 제모를 하며 고통스러울 때에도 '그래 털이 많으면 미인 이랬어'라고 되뇌며 자기 위로를 했던 날들이 있다. 그래서 이 말에 참 감사하다. 그게 비록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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