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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듬 Jul 13. 2023

털의 기원을 찾아서


'내 털은 어디에서 온 걸까?' 


아빠는 다리 쪽에 털이 많긴 했지만, 다른 부위에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고 엄마는 털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이유로 털 유전자가 나한테 몰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렸을 땐 엄마가 으레 나를 다리 밑에서 데려왔다고 말하곤 했는데 실제로 그 말은 믿지 않았다. 그런데 다리가 아니라 원숭이 우리에서 데려온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난 왜 이렇게 털이 많은 거야"


속상한 마음에 부모님께 하소연하니 아빠가 말했다.


"나도 어렸을 땐 털이 많아서 옆 자리 친구들이 내 털을 막 뽑기도 하고, 친구들이 나보고 원숭이냐고 놀렸어."

"뭐 진짜? 나도 그랬는데..."

"그때는 어릴 때니까 애들이 막 놀리고 그런 거지"


엄마도 거들었다. 

"나도 젊었을 때, 직장에서 반소매 유니폼 입으면 사람들이 내 팔에 털보고 '미스리 털이 왜 이렇게 길어' 하면서 상사가 놀렸어"


퍼즐은 풀렸다. 나는 두 털쟁이가 만나 슈퍼 털쟁이로 태어난 것이다. 굵고 긴 털은 100% 부모님의 유전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현재 엄마는 누군가 놀릴 만큼 털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내 마음을 풀어주려고 하는 거짓말 같았다. 


"그럼 지금 털은 다 어디로 간 거야?"

"나이 먹으니까 없어지더라"

"그래, 아빠도 나이 드니까 털이 빠지는 것 같아"


나도 부모님 나이가 되면 털이 덜 자라겠지~라고 희망을 가졌지만, 30대가 된 지금도 뻣뻣하게 잘 자라는 털들을 보면서 꼭 그렇지 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부모님도 나처럼 털 때문에 놀림당한 적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아팠다. 털이 뭐라고... 내 부모님을 놀리다니 슈퍼 털쟁이가 가만두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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