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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듬 Jul 11. 2023

엄마 나 원숭이야?


10살, 어느 여름이었다. 그날은 체육수업이 있는 날이라 체육복을 입고 등교를 했다. 여름을 맞이하여 반소매 체육복을 입었던 날. 아이들은 오랜만에 하복 체육복을 입고 살짝 들떠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쉬는 시간, 짓궂은 남자아이가 내 팔과 자신의 팔을 번갈아 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야~ 너는 털이 왜 이렇게 많아? 얘봐~"


아이의 친구 몇 명이 내 팔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고 곧 놀리기 시작했다. 

"털보래요. 털보래요."

"원숭이야?"


그날의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친구들에 비해 털이 많다는 건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놀리기 좋아하는 녀석들에게 그 비밀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아이들의 팔을 살펴보니 남자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검고 긴 털 없이 매끈한 피부가 바로 보였다. 털로 한 겹 덮여있는 내 팔다리와는 달랐다. 

그 뒤로는 어떻게 수업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털을 최대한 숨겨보려 했지만, 가려지지 않았고 훤히 드러난 팔과 다리가 창피했다. 이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며 학교가 끝나는 순간 바로 집으로 향했다. 


난 문을 발칵 열고 다녀왔다는 인사 조차 하기 전에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 원숭이야?"

"무슨 소리야?"

"으아아앙~~~ 친구들이 나보고 원숭이래... 털 많다고..."

"원숭이는 무슨! 사람이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영락없는 사람이었지만, 팔과 다리에 친구들보다 길게 자란 털과 이마 가운데에 머리카락이 뾰족하게 내려와 3자 모양인 게... 책에서 보던 원숭이와 비슷해 보였다. 


정말 나는 원숭이일까? 엄마가 원숭이 우리에서 나를 데려온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고 


10살, 나는 내 몸에서 자란 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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