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엄마 나 원숭이야?

by 이예듬


10살, 어느 여름이었다. 그날은 체육수업이 있는 날이라 체육복을 입고 등교를 했다. 여름을 맞이하여 반소매 체육복을 입었던 날. 아이들은 오랜만에 하복 체육복을 입고 살짝 들떠 있는 상태였다. 그러던 쉬는 시간, 짓궂은 남자아이가 내 팔과 자신의 팔을 번갈아 보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야~ 너는 털이 왜 이렇게 많아? 얘봐~"


아이의 친구 몇 명이 내 팔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고 곧 놀리기 시작했다.

"털보래요. 털보래요."

"원숭이야?"


그날의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친구들에 비해 털이 많다는 건 어느 정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놀리기 좋아하는 녀석들에게 그 비밀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아이들의 팔을 살펴보니 남자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검고 긴 털 없이 매끈한 피부가 바로 보였다. 털로 한 겹 덮여있는 내 팔다리와는 달랐다.

그 뒤로는 어떻게 수업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털을 최대한 숨겨보려 했지만, 가려지지 않았고 훤히 드러난 팔과 다리가 창피했다. 이 시간이 빨리 가길 바라며 학교가 끝나는 순간 바로 집으로 향했다.


난 문을 발칵 열고 다녀왔다는 인사 조차 하기 전에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나 원숭이야?"

"무슨 소리야?"

"으아아앙~~~ 친구들이 나보고 원숭이래... 털 많다고..."

"원숭이는 무슨! 사람이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영락없는 사람이었지만, 팔과 다리에 친구들보다 길게 자란 털과 이마 가운데에 머리카락이 뾰족하게 내려와 3자 모양인 게... 책에서 보던 원숭이와 비슷해 보였다.


정말 나는 원숭이일까? 엄마가 원숭이 우리에서 나를 데려온 건 아닐까?

덜컥 겁이 났고


10살, 나는 내 몸에서 자란 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KakaoTalk_Photo_2023-07-09-15-24-32.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