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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ul 08. 2021

지켜보는 일

어린 새들의 성장

봄과 여름은 어린 새들을 길러내는 중이다. 곳곳에서 어린 참새와 비둘기와 까치와 직박구리를 마주친다. 고 어린 것들이 만들어 내는 신선함에 마음을 빼앗겨 가만히 다가가면 어린 새들은 그런 내가 신기한 듯 고개를 갸우뚱 바라본다.


오늘 산책길에는 거세진 물살에 휩쓸려 어미로부터 멀어진 새끼 원앙  마리를 보았다. 어미 곁으로 가기 위해 물살을 거슬러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새끼들. 징검다리를 사이에 두고 작은 폭포에 부딪혀  멀리로 흩어지기만  뿐이었다.  작고 가벼운 몸으로 물살을 뚫는 일은, 뚫고 뛰어올라 어미에게 가닿는 일은 가능해 보이지가 않았다. 한참을 서서 지켜보는  마음에 눈물이 찼다. 어미는 이따금 징검돌에 올라서 목을  빼고 새끼들을 살폈다. 하지만 곁에는 돌봐야 하는 다른 새끼들이 있었으므로 금세 잔잔한 물가 쪽으로 돌아갔다. 둥근 선을 그리며 꽥꽥꽥, 곁에 있는 새끼들을 살폈다.


그때 징검다리 아래쪽에서는 흩어져 있던  마리의 새끼들이 하나로 뭉쳤다. 급류 위로 솟은 작은 바위 위에 새끼  마리가 몸을 바짝 붙이고 섰다. 그리고 점프! 물살 속으로 뛰어들었다. 흩어졌다. 둘은 다시  모이고  뛰어오르고 흩어지며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시도를 계속했다. 나는 마음을 동동 구르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거짓말처럼  마리가 징검돌 위로 우뚝 올라섰다. 포르르 귀여운 포물선을 그리며 녀석은 어미의 꽁지 뒤로 바짝 붙어 헤엄을 쳤다. , 그런데 그때 징검다리 아래쪽 나머지  마리는 사정없이 떠밀려가고 있었다. 겨우 다시 징검돌 근처까지 헤엄쳐오기는 했지만 수풀 쪽으로 휩쓸려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풍덩! 징검돌 위에 올라서 꽥꽥꽥 소리를 내던 어미가 드디어 징검돌 아래로 뛰어내렸다. 어미는 물살을 피해 바위 위에 올라서 꽥꽥꽥 계속 울었다. 새끼 오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무서운 상상을 집어먹은 내 마음도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얼마쯤의 시간은 영원 같이 흐른다. 폴짝! 작은 하나의 몸이 폴짝, 사람들이 드나드는 돌계단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리한 꼬맹이! 사람이 다니는 길 위에 선 꼬맹이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는 어미의 속도에 맞추어 돌계단을 폴짝 폴짝. 언니랑 오빠랑 동생이 있는 곳을 향해 첨벙! 팔짝, 징검돌에 올라선 어미도 참방! 꽥꽥꽥, 어미 원앙이 다시 한번 동그란 원을 그리고 포르르 다섯 마리의 새끼가 꽁지 뒤로 길게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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