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골목마다 가게의 간판이 내걸리고 바뀌는 일은 허다한 일이지만, 잘 된다고 생각했던 단골집의 간판이 뜯기는 것을 보는 일은 괴로웠다. 전국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이었지만, 그곳은 분명 나의 단골집이었다. 두 아이가 여섯 살, 네 살 무렵이었다. 남편은 당직이 잦았고, 독점 육아에 지쳐있었던 나는 이따금 아이들을 데리고 집 앞 치킨집에 갔다. 후라이드 치킨과 샐러드, 서비스로 따라 나오는 감자튀김을 먹었다. 살을 발라주면 아이들도 쏙쏙 받아먹었다. 치킨은 늘 실컷 먹고도 남았고, 나는 사장님께 포장을 부탁했다. 그리고 나서 몸을 숙여 테이블 밑을 청소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렸고 저지레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사장님은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저도 아이 키우는 아빠예요. 놔두세요.”
나는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허둥대지 않고 식사할 수 있는 유일한 식당이 바로 그곳이었기 때문이다. 치킨집만은 코로나 불황에서 예외일 거라고 믿었는데. 장을 보고 오던 길에 우연히 치킨집 시설물이 뜯겨나가는 걸 보게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라던 사장님의 목소리가 떠올라 나는 자꾸만 빈 점포를 돌아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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