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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un 21. 2021

섬세함과 인내심을 요하는

머리 묶기의 기술

식탁에 앉아 느긋하게 식사하는 아이들 옆에서 째깍째깍 일분에   꼴로 시간을 확인하며 커피를 마신다. 아이들 앞에 놓인 접시가 비워지는 속도를 가늠한다. 오이 스틱과 삶은 달걀이 담긴 접시는 비워졌고, 우유도  마셨고, 방울토마토  알과 구운 토르티야 반쪽만 남았으니까 이대로라면 늦지 않을  같다. 그런데 판단과 상관없이 재촉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뭘까? 최대한 덤덤하게 현재 시각을 알린다. 아이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양치를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설 것이다. 아니다,  가지 빠졌다. 그전에 내가 도울 일이 하나 남았다. 섬세함과 인내심을 요하는 , 그래서 마지막까지 자꾸 미루게 되는 , 첫째 아이의 머리를 묶어주는 일이다.  손에는 엉킨 모발을 빠르게 아픔 없이 풀어준다는 "신개념 헤어 브러쉬" 들고, 다른  손에는 검은색 고무 헤어밴드  개를 움켜쥔  아이의  뒤에 선다.  아래까지 길게 늘어뜨린 가늘고 부드러운 갈색 머리칼을  손에 받쳐 들고 천천히 빗는다. 그렇다, 외부의 시선으로는 아름다울  있는 장면이다. 여행 중에 혹은 명절날 아침에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고 땋아주는 모습을 사진에 담던 남편을 떠올린다. 하지만  얼마나 깨지기 쉬운 아름다움인가? 휴가 중이어서, 연휴 중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조금만이라도 서두르는 마음이 끼어들면, 대충 하려는 마음이 덤벼들면 풍경 위로 짜증 섞인 비명이 날아든다. “, ! 엄마, 아프단 말이야! 살살해줘! !” 바쁜 평일 아침에  까다로운 작업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해내는 일이란 여간 어렵지 않다. 아이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나도 어릴  머리카락  가닥이 조금이라도  세게 당겨지면 아프다고 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이모가   머리를 묶어준 이후로는  참아   있게 되었다. 이모는 가는 빗으로 머리칼을 싹싹 빗어 넘겨 야무지게 하나로  묶어주었는데,  두피가 팽팽해지면서  눈이 도깨비 눈처럼 위로 치켜 뜨여졌다. 눈이 뱅글, 머리가 팽글. 이후로 그런 머리를  아이들을 알아보게 되었다. 도깨비 눈을  그들을  없이 불쌍해하며, 머리카락을 약간 느슨하게 묶어주는 엄마에게 고마워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한다. 아이의 동그랗고 예쁜 두상이  드러나게 자연스러운 포니테일로 묶거나, 앞머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양쪽 앞머리를 땋거나, 땋아서 하나로 묶거나, 느슨하게  묶음을 하는 식이다.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게, 단정하게,  그만큼만. 하지만 아이도 알아챘을까? 그게 다가 아니다. 여러 갈래로 촘촘하게 땋고, 말아 올리고, 양갈래로 묶고, 색색의 머리 방울과 리본, 독특한 헤어핀을 꽂은 아이들 속에 섞여 들어갔을  내가 아이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 손질을 한다. ‘ 보기에 끼어든다. 생각이 이쯤에 이르니  욕심으로 아이를 괴롭혀 왔나 싶다. 그저  빗겨서 보낼까 싶어진다. 하지만 귀신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자신이 없다. 미끄러지듯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빗어 올려  묶음을 만든 후에 나머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하나로 묶는다.  됐어, 아이의 어깨를 살짝 토닥인다. ', 깔꼼하다!' 식탁에 걸터앉아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둘째의 바가지 머리를 쓱쓱, 빗고 지나가며 생각한다. 자르는 방법이 있었다.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방법 말이다. 그럼 간단히 해결될 문제! 나는 오늘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기로 다짐한다. 그런데 만약  머리를 고수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그럼, 다시 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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