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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an 19. 2022

기내 스내킹

롱롱 디스턴스 연애를 하느라고 비행기를 제법 자주 타던 시절이 있었다. 좀 더 생기 있고 재밌게 지낼 걸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의 나는 늘 감기에 걸려 있는 사람처럼 마음의 추위를 지독히도 탔다. 시간과 공간을 가르 지르는 비행기 안에서는 그 증상이 더욱 심했다.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하면 곧장 잠을 청하곤 했다. 그날도 그랬다. 복도 쪽으로 몸을 살짝 틀어 편하게 자리를 잡는 중이었다. 바샥 바샤샥, 바샤삭 바샤삭. 경쾌한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각자 여행용 목베개를 두른 커플이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사이좋게 감자칩을 나누어 먹고 있었다. 한 손에는 캔맥주를 들고. 아, 그 모습이 얼마나 좋아보이던지. 정말 내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부러움이 솟아올랐다.


강렬한 부러움의 체험 이후, 나는 비행기를  때마다 공항에서 뜨거운 커피  잔과 따뜻한 크로와상을 사서 탔다. 기름이 묻어 나온 종이봉투에서 바삭하게 구워진 크로와상을 꺼내   크게 베어 물고 커피를 마시며 영화를 봤다. 그러면 어리둥절 시간 여행도 꽤나 즐거워졌다. 그리고 두둥, 마침내 남편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신혼여행 가던 ! 나는 미리 준비해둔 스낵 과자를 꺼내 바샤삭 바샤삭 남편과 맛이 있게 나누어 먹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은 옛이야기가 되어버린, 나의 기내 스내킹(snacks on a plane) 스토우리다. 젠가 우리 다시, 그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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