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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an 22. 2022

놀이터에 나타난 외계인

태권도장에서 나온 아이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놀이터 쪽으로 나를 잡아끌었다.  이기는  따라  한쪽에 서서 눈으로 아이들을 좇고 있었다. 되똥되똥, 되똥되똥, 꿈벅, 꿈벅. 작은 아이가  앞에 멈추어 섰다. 까만 눈을 들어 나를 봤다.

"맙소사! 세상에! 어머머머머! 옴마나! 엄마야! 아이코! 아우웅! 아잉! 우우웅!…”

온갖 감탄이 소리가 되어 나오면서 몸이 자꾸만 앞으로 기울어졌다. 마스크로 가리지 않은 아이의 얼굴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반갑다, 반가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뻔했지만, 다행히도 나는 사회화된 성인이고 아이의 옆에 아이 아빠가 있었으므로 “아기가 너무 예뻐요. 몇 살이에요?” 하고 물었다. 아이 아빠는 눈으로 활짝 웃더니 16개월이라고 답했다. 16개월, 16개월…   


아이와 나는 서로의 눈을 들여다봤다.

'태어나서부터 쭉 코로나 세상을 살았겠구나. 미안해.’

깜빡, 깜빡.

‘태어나서 눈 처음 밟아보는 거 아니야?’

깜빡, 깜빡.

'뽀드득 눈 밟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깜빡, 깜빡.


아이는 달리는 누나들과 형아 쪽으로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 콩, 눈밭에 넘어졌다. 아이의 그 모든 사랑스러운 눈짓과 몸짓을 바라보며 나는 기도를 했다. '아이의 지구별 여행이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세요. 꼭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그렇게 서서, 세상에 낙심하지 말고 힘을 내보자고, 무슨 일이라도 해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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