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자 선생님께
선생님, 일전에 선생님께 저의 고민을 말씀드리고 나서, 내내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어요. 그러다가 깨달았어요. 저에게 없었던 것은 ‘의견’이나 ‘생각’이 아니라, ‘의지’와 ‘용기’였다는 것을요. 잘 들여다보니 제 안에는 무척 선명한 의견과 생각이 있더라고요. 알아차림과 동시에 ‘나는 왜 그것들을 나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어요. ‘배려’라는 이름으로,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이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그럴듯한 이름들로 타인들의 의견과 생각을 좇느라 전 늘 바빴던 것 같아요. 그런 일들에 거의 매번 성공해 버려서 저에게는 묻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것을 젠더의 문제로 읽어야 할지, 아니면 내향성의 문제로 읽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향적인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품고, 이 속박을 훌쩍, 뛰어넘어 보고 싶어 졌어요. 너무 깊이 내면화되어 있어서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오늘 첫걸음을 떼어봅니다.
선생님, 저는 선생님을 더 자주 뵙고 싶어요. 어느 만화 영화에서 보았던 한 부족의 지혜로운 여성 족장을 떠올리게 하는 선생님, 저에게 롤 모델이 되어 주셔서, 깨달음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소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