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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소정 Jun 27. 2022

미간에 주름을 잡고

다큐멘터리 '희망이 숨결'(2021) 을 보고

숨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에 얼굴 근육의 긴장을 푼다. 미간을 부드럽게, 부드럽게. 하지만, 너무나 자주,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이번 여행 중에도 그랬다. 남편과 나는 여행 첫째 날 저녁을 각자 자유롭게 보내기로 했다. 나는 숙소 체크인할 때 받은 영화제 프로그램을 넘겨보았다. 마침 여행지에서 국제평화영화제가 열리고 있었다. 저녁 7시 반, 그날의 마지막 상영 일정과 시간이 맞았다. 그렇게 다큐멘터리 '희망의 숨결' (원제: With This Breath I Fly)을 봤다. 제목이 진부하다 싶었지만 상관없었다. ‘여행지에서의 나 홀로 영화 관람’이 목적이었다. 그렇게 나는 캄캄하고 차가운 공간에 들어앉아 카불의 여인들, 굴나즈와 파리다를 만났다. 그녀들은 각각 ‘성폭력’과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두 여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나의 숨통을 조이고 미간에 깊은 주름을 잡았다. 그녀들은 '정조 범죄’에 관한 도덕법에 따라 감옥에 갇혀 있었다.


다큐멘터리는 제작과정에서도 곡절이 많았다.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지원한 UN에서 중도에 피해자의 신상 공개로 인해 생겨날지 모르는 이차 피해를 우려하여 촬영 중단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굴라즈의 이야기가 국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상황이 역전되었다. UN은 다큐멘터리 촬영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UN 직원을 파견한다. 이때 UN 직원과 파리다가 나누는 대화가 다큐멘터리 영상에 담겨있다. UN 직원은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다큐멘터리 상영 이후 발생할지 모르는 모든 위협 상황들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그 누구도 파리다를 도울 수 없을지 모른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래도 다큐멘터리 촬영에 응하겠냐는 것이다. 이에 파리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자신을 가해한 남편에게 돌아가 함께 살거나, 아니면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 내 남성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굴나즈와 파리다, 조력자들은 끈질기게 투쟁하지만, 다큐멘터리는 끝끝내 해피 엔딩이 되지 못한다. 엔딩 크레딧은 올라가고 객석은 환해졌지만 객석에 앉은 나의 미간의 주름은 펴지지 않았다. 펼 수 없었다. “Inner Peace”를 외치기에는 세상이 너무, 부조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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