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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돌이 Sep 27. 2021

개운법

운의 영역을 확장하고, 운의 흐름을 바꾼다

아파트 자동문을 나선다.

수십 미터 높이에서 내려온 나는 땅을 만난다.

벌써 밤바람이 쌀쌀하다.

끝나지 않던 열대야를 이렇게 쉽게 망각하는 적응력.

한발 한발 내 앞의 땅을 만나 나아간다.

놀이터를, 입구 공원을, 건널목을, 오렌지 상가를 지난다.

인간의 능력으로 매 순간 감지할 순 없지만,  이곳과 저곳의 기운은 다르다.


걷지 않는 삶.

매일 아침 차를 타고 같은 코스로 출근.

차바퀴와 지붕이 나 대신 땅과 하늘을 만난다.

종일 의자에 앉아 PC와 대결.

1초 만에 세계 반대편으로 갈 수 있지만, 몸은 여전히 여기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퇴근길.

집에 와서는 TV 스마트폰 PC 중 선택해서 대결.

자기 전까지 몸은 여전히 땅과 하늘을 만나지 못한다.

같은 공간, 같은 사람, 결국 같은 기운.

그리고 같은 자리에 누워 취침.


pixabay의 이미지 사용



기운은 소통되어야 한다.

불통즉통, 즉 소통되지 않으면 아프다.

정체된 기운 속에서 삶의 기운이 바뀔 리 없다.

집, 직장, 마트라는 한정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일상의 흐름을 손봐야 한다.


퇴근 후 매일 동백섬 걷기.

같은 코스지만 날마다 다른 마주침.

사람이, 공기의 온도가, 오후 햇살과 밤이, 

어제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오늘은 환한 상현달과 마주 보며 걷는다.


외지의 관광객들, 

비쑝, 포메를 산책시키는 부부,

아이의 유모차를 끌고 한 바퀴 도는 젊은 부부 ,

종아리까지 흰 양말을 올려 신은 트렌드를 추종하는 20대,

손 꼭 잡고 동백섬을 가장 천천히 걷는 70대 부부,

한 바퀴 1킬로 코스를 전력으로 달리는 근육이 탄탄한 10대들.


퇴근 후 늦은 밤 혼자 걷기.

조금 이른 날은 와이프와 함께.

밖에 갈까라는 말을 알아듣고 격하게 반응하는 '자두'와 외출.

간혹 아이들도 동참.


pixabay 이미지 사용


평일 쉬는 날 언양에 갔다.

시장 구경이 재미난다.

오랜만에 갔는데 추석 전이라 쇠고기가 없단다.

바로 앞의 유명한 식당에서 돼지갈비를 먹었다.

벌써 햇밤이 나왔다. 

쪼로미 앉아 있는 할머니들의 햇밤을 왔다 갔다 비교해보다 가장 알차 보이는 걸로 5천 원어치를 샀다.

검색하니 10분 거리에 새로 생긴 카페가 있단다.


카페테라스에서 공원이 보였다.

언양에 수십 번을 갔지만 처음 보는, 언양시에서 새롭게 조성한 공원이다.

새로운 땅, 나무그늘 조경,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

도시가 아닌 공기, 왼편으로는 작은 카페, 식당, 편의점, 애견 카페.

새로움은 새로운 기운이다.


기가 막히면?

감정은 당황이고, 몸은 아프다.

고인 물은 섞는다.

기운이 정체되면 운은 뒷걸음질 친다.

변화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점점 삶을 갉아먹는다.


진화는 끊임없는 시도의 산물이다.

굳이 변화가 필요 없는 지금이 편안한 최적의 상태라고?

지금 조건에 최적화된 종은 변화에 가장 취약한 종이다.

그래서 공룡은 사라진 거다.


에너제틱. 기운이 남아돌고, 활동가 스타일, 역동을 좋아하는 게 버겁다면?

걷자!

작지만 일상이 정체되지 않게 하는 비법이다.

기운이 잘 흐르도록 하는.


체력과 시간이 조금 더 여유가 되면

새로운 길도 걷자.

일상과 다른 시간, 다른 사람, 다른 풍경.


점점 일상의 영역이 확장된다.

운의 흐름이 바뀐다.


# 메인 이미지는 pixabay의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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