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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드펜 Feb 20. 2022

옵션 거래의 전략 - 콘돌 매수

프로기사는 정석대로 두지 않아

선물은 상승과 하락, 직선으로 움직인다. 선물이 장기라면 옵션은 바둑이라고 생각한다. 

바둑판에는 가로 세로 19개의 선이 만나는 점이 있다. 점에 검고 흰 돌을 상대와 내가 번갈아 가며 놓는다. 돌을 하나씩 두면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간다. 

옵션은 2.5점 간격으로 콜과 풋이 있다. 매도로 가두어 먹을까, 매수로 내가격을 만들어 먹을까? 시장과 매 순간 수싸움을 한다. 


조훈현이 중국이 우승하려고 만든 세계바둑대회에서 우승했다. 조훈현의 제자 이창호는 무럭무럭 자라 스승을 꺾었고, 이후 세상 거의 모든 대회를 휩쓸었다. TV에서 바둑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되었다. 8살 조카도 배울만큼 바둑은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오락에 재능이 꽝인 나도 바둑에 취미를 붙였다.

같은 아파트 아래층에 아마 초단 아저씨가 계셨다. 주말마다 내려와 바둑을 배워도 된다셨다. 실례를 무릅쓰고 매주 내려갔다. 9점을 깔았는데, 한 귀퉁이만 몰살당하면 이미 승부가 끝이었다. 실력차가 너무 컸지만 나는 따로 공부할 생각은 없었다. 아저씨는 책 한 권을 주며, 보고 공부를 해오라 셨다. 포석에 관한 책이었는데 뭔 말인지 도통 이해하기 어려웠다. 바둑은 취미에서 사라졌다.




조훈현, 이창호 보다 더 쎈지 어떤지. 쎄도 실력차가 어마하진 않을 듯한데, 이세돌은 우주를 통틀어 가장 바둑을 잘 두었는데, 알파고에게 딱 한 번만 이겼다. 알파고는 그다음 알파고에게 무참히 깨졌다. 

파생시장은 이런 인공지능과의 싸움이다. 아니면 나보다 100배는 똑똑한 수학자, 물리학자가 짠 프로그램과 대적해야 한다. 5점을 깔고 둬도 아래층 아저씨는 이세돌을 이기지 못한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파생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자신했던 거지? 자신은 희망으로, 바램으로, 좌절로, 포기로, 원망으로 이어진다.




MTS 말고 HTS에 접속.

선물 옵션 메뉴를 뒤지면 선물 옵션 전략 메뉴가 보인다.

바둑으로 치면 기본 정석, 아니다 정석보다 더 기본의 기본.


미래에셋 카이로스 화면 캡처


전략 가이드를 들어가면, 두 가지 상황을 체크할 수 있다.

 지수: 상승일까 하락일까? 

 변동성: 움직임이 클까 작을까?

변동성이 낮다로 설정하면 쓸 수 있는 전략이 콘돌 매수다.




콘돌 매수는 어떤 전략인지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바둑으로 치면 돌을 놓는 위치다.

OTM은 현재 가격에서 멀리 있는 외가격 옵션이다.

ITM은 현재 가격 가까이 있는 등가와 내가격 옵션이다.


등가 근처 콜옵션과 풋옵션을 양매도 하면, 양옵션의 합이 되는 구간만큼 수익이다.

하지만 변동성이 커지면 벗어나는 만큼 손실이 무한대가 되니, 해지 전략으로 외가격 옵션을 매수한다.

변동성이 작으면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고, 벗어나도 손실은 한정되는 매우 멋진 전략이다.



빈칸에 이제 콘돌 매수 전략을 입력해보자.

현재 선물 가격이 395.

등가인 395 콜과 풋옵션을 매도.

10점 바깥에 있는 405 콜옵션과 385 풋옵션을 매수.


델타, 감마, 세타, 베가에 숫자가 나타나고, 손익분기점, 최대 이익과 최대 손실 구간, 그리고 그래프가 뜬다.

델타, 감마, 세타, 베가는 책도 사보고, 유튜브 강의도 들었지만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어 일단은 분석 보류.


겨우 1쌍씩 했는데 395에서 162만 원의 수익이.

388.5과 401.5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손실도 안 난다.

폭등, 폭락을 하더래도 손실은 87만 원 한정이다.

세상에 이런 마법 같은 공식이 있다니?



캐시미어 티셔츠처럼 온몸을 따사롭게 감싸 안는 햇살. 잔잔한 호수 위 긴 실오라기를 풀어내듯 물결무늬를 그려내는 오리들. 수만 가지 일상의 잡음들로 채워진 머리의 찌든 때가 투명이 된다. 오리도 시간도 움직이지만 나는 사진처럼 순간에 머문다.


이런 잔잔한 날에도 지수는 아래위로 3점은 쉽게 움직인다. 아이의 돌팔매에 오리가 푸드덕 날아오를 정도면 밥 먹는 시간에 6점이 움직인다. 

안전한 전략이라 생각했는데, 지수가 손익분기 근처까지 오면 슬슬 불안하다. 구간을 넘어 손실이 확정되면 의욕은 바닥을 친다.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마감까지 버틸 것인지, 청산하고 손실을 확정 지을 것인지 번뇌의 시간만 남는다. 


물론 반대의 전략도 있다. 위의 전략을 그대로 뒤집으면 된다. 

여기서 문제는 또 시작된다. 콘돌 매수로 자꾸 손실이 나서 반대 전략을 사용하면 누가 나를 감시라고 하는 건지 지수는 꼼짝을 안 한다. 본드라고 붙여놨나? 아침에 갭 상승하던 지수는 스멀스멀 내려앉는다. 마감에는 제자리다. 막힌 버스에서 발만 동동하듯 애가 탄다. 결과는 100만 원 손실이다.




만능 전략은 없다. 모든 전략은 수익과 손실 구간이 있다. 30개의 전략을 구구단처럼 외우면? 

바둑에서 정석을 완벽히 외운다고 프로기사에게 이길 수 있나? 정석은 한국기원 연습생도 달달 외운다. 


시중에 나온 옵션 책을 사서 열심히 읽고, 유튜브 방송도 보면서 옵션을 공부한다. 아래층 아저씨도 못 이길 것 같다. 공부할수록 벽은 두껍고 높아만 간다. 




옵션 이야기는 산 넘고 물 건너, 험난한 고통의 시간을 지나 결국 수익이라는 달콤한 열매는 먹는 아름다운 결론을 목표로 시작했다. 


꿈은 쉼 없이 가까워지는 거니까 

 - 작사가의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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