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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돌이 Dec 06. 2022

내가 비염이라니 - 노화 시리즈

나이가 들면 체질이 바뀐다?

잠에서 깬다. 사각거리는 인견이불이 싸늘하다. 새벽에 헉하고 일어나던 무더위의 기억은 뇌의 뒤쪽 구석에 희미하게 남아 있다. 눈을 감은채 살짝 웃는다. 하루를 여는 나만의 주문이다. 

알람을 끄고 일어나 커튼을 열어 빛으로 방을 채운다. 거실로 걸어 나오면, 아내는 "일어났어?"라는 인사와 함께 과일과 야채를 가득 담은 주스를 핸드믹서로 갈기 시작한다. 

그리고 "에취~!"

또다시 "에취~!"

몇 번의 재채기 이후 콧물이 쏟아진다. 화장실로 가서 코를 풀고, 물로 씻는다. 내린 에스프레소와 함께 주스를 마신다. 연신 코를 훌쩍인다.


원래부터 비염 증상은 있었다. 주로 술을 마시거나,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코를 훌쩍인다. 심하게 긴장을 하면 코를 킁킁거린다. 비염은 음식과 환경에 따라서 나타났었다. 버릇처럼 나타나는 증상이라 주위 사람들이 비염 있냐고 묻기도 했지만, 스스로는 크게 불편 없이 살았다.

코로나가 시작된 그해 가을. 비염이 시작되었다. 교과서에서 보던 딱 그 증세였다. 기상과 함께 시작된 재채기와 콧물은 출근길 내내 이어진다. 코에 수돗물을 틀었다는 표현이 이해가 된다. 그냥 줄줄 흐른다. 아침 회진을 하다가도 재채기와 콧물 때문에 끊임없이 코를 훌쩍인다. 휴지로 코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다.


22년 코로나 제한이 많이 풀릴 즈음해서 비염이 갑자기 좋아졌다. 뭐가 바뀌었지? 꾸준히 걷기 운동, 주 2회 근력운동. 아침에 에스프레소와 과일 야채 주스. 점심과 저녁은 대부분 구내식당. 거실에는 같은 공기청정기. 종일 자다가 간식 달랄 때만 귀염 떠는 반려견 자두. 실내 마스크 착용. 특별히 다른 점이 없다.


22년 제한 이후에도 가끔 비염 증상이 찾아온다. 증상이 사라진 게 아니었어? 뭐지? 전날 먹은 음식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 연이은 재채기로 콧물을 훔치며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어제 뭘 먹었지? 아내는 자신의 요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다. 비염을 유발하는 인자를 찾고 싶은데 매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지나면 잊어버린다. 


최근 관절 통증 때문에 관련 건강서적을 잔뜩 빌려 읽던 아내가 식이요법에 열심이다. 탄수화물, 특히 빵과 과자가 몸에 활성산소를 만들고, 장내 유해균을 증가시켜 관절 통증을 심화시킨다고 한다. 몇 주간 해당 음식을 줄이고 조심했더니 관절 통증이 줄었고, 어쩔 수 없이 먹은 다음 날은 여지없이 통증이 심해진단다. 내 비염도 과자 때문이라고 했다.  


다양한 품종의 와인


길고 길었던 코로나의 밤. 매일 밤 와인을 2~3잔 마셨다. 작지만 매일 마시는 게 부담되었고, 가볍지만 매일 아침 몸살처럼 숙취가 싫었다. 건강에 좋은 허브티로 바꾸었다. 대신 휴무 전날 밤에는 가끔 하이볼을 2~3잔 마셨다. 원래 술이 약해, 레시피대로 만든 진빔, 산토리 30ML 하이볼 2~3잔이면 취했다. 다음날 콧물이 쏟아졌다.


백화점에서 본 고급스러운 찻잔 세트



사건의 전말

코로나가 시작되고 마시기 시작한 와인.

한두 잔으로도 취기가 오른다.

취기가 오르면 식욕이 폭발한다.

만두, 치킨, 라면, 과자, 소시지 같은 안주를 먹는다.

다음날 오전 내내 콧물 재채기에 시달린다.

최근 하이볼 마실 때도 컵라면과 과자를 먹었다.

다음날 비염 증상이 폭발한다.


급기야 육포도 튀겨 먹다


한 번씩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며 입이 심심해 과자를 먹는다. 다음날 가볍게나마 비염 증상이 생긴다. 많이 먹은 날은 심하게, 적게 먹은 날은 약하게. 

과자를 먹고 싶은 욕구를 따를지, 다음날 비염으로 고생할지 선택의 문제다. 

욕구를 따르는 게 쉽다. 

욕구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적당히만 먹기로 타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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