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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슬 Oct 09. 2024

2. 달콤한 성공

괜찮아, 스물넷이야

괜찮아, 스물넷이야

2. 달콤한 성공








대단하다는 말에 취했던 때도 있었다.


스물둘, 휴학 한번 없이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칼졸업’한 나는 4학년 재학생의 신분으로 단 한 번만에 임용고시를 합격했다. 행복했다. 부모님은 날아갈 듯 기뻐하셨고, 지인들에게서는 축하 인사와 함께 대단하다는 말이 끊임없이 전해 들어왔다. 어깨가 한없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실은 원서를 접수하는 그 순간까지도 내 실력에 그다지 자신이 없던 터라, 본가가 있고 총 30명의 합격자를 뽑는 서울 대신 100명을 뽑는 경기도에 지원했었다. 본가를 떠나 무연고지인 경기도의 외곽 지역에 발령받고 첫 교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난 교사니까! 이 험난하다는 대한민국 취업 시장에서, 다들 길게 3년씩 잡고 수험 생활을 바라본다는 임용의 문턱에서도, 나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멋지게 성공해낸 거다.


다시 생각해도 참 부끄러운 생각이다. 자만심에 가득 찬 멋모르는 철부지. 지금도 어린데 그때는 오죽했나.


초중고 12년, 대학 4년에 이어 잠깐의 쉼도 없이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 스물둘이라니.


교사뿐 아니라 어엿한 1인분을 하는 직장인이 되기에는 개인적으로 조금 이른 나이지 않나 생각한다. 초임 교사로 발령받은 한해 내내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 교단에 서서 수업을 하면서도 학생들이 앉아 있는 교실을 바라보며 내 자리는 저기인데, 하고 생각했던 적이 많다. 아마도 마지막 대학 생활 2년을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강의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2월 중순 최종 합격 발표가 나고,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사회로 내던져져 당장 3월 2일부터 수업도, 업무도, 학생 지도도 전부 멋지게 해내야만 했다. 이상했다. 아직 나는 대학교 2학년 정도의 마음과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는 것만 같은데, 여기가 정말 내 자리가 맞을까.


첫해는 정신없이 사회인이라는 새로운 지위에 적응하느라 몸도 머리도 바쁘고, 퇴근 후 아주 잠시 틈이 날 때면 ‘내가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니’같은 꽤나 실존적인 고민을 하느라 직업 그 자체에 대한 더 깊은 생각을 할 틈은 크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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